전북 부안에서 첫 지진이 발생한 건 12일 오전 8시26분이다. 이제 막 등교를 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있던 시간이었다. 학교 건물 내벽과 담벼락에 균열이 생길 정도의 강진으로 인해 당황한 학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자칫 2차 피해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전무했다. 학생들의 침착한 대응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침착하게 대피한 학생들… “재난체험 교육 효과적”
13일 전북 일대 학교의 교사들은 전날의 지진을 상기하며 “재난안전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체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 2학년 유모 담임교사는 “처음에 흔들림을 느끼고 ‘이게 뭐지?’라고 다 같이 당황하던 와중에 곧이어 재난문자 알림이 크게 울리길래 그때야 ‘지진이구나’라고 인지했다”며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책상 밑으로 내려가 몸을 숨겼다”고 말했다. 당시 규모 4.8의 지진으로 인해 진앙에서 약 50㎞ 떨어진 전북 전주에서도 강한 흔들림이 감지됐다.
유 교사는 흔들림이 멈추자 아이들과 곧바로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그는 “지난달 학생들과 다녀온 안전체험관에서 대피 훈련을 해본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학생들이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 ‘저번에 배웠던 걸 경험하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서로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침착한 대피 행렬은 전북 일대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했다. 부안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대피하는 모습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보다 등교시간이 빠른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선 대피 인원이 더 많았지만 학생들이 신속하면서도 침착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해 지진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안전교육 수업시수 늘리고 체험 위주로 개편
유례없는 강진 속 침착한 대처를 두고 안전교육의 강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듬해 ‘학교안전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각종 안전교육을 의무화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과 교통, 수상 등 학생들이 초 1부터 고 3까지 매년 51회(차시)에 걸쳐 안전 교육을 받도록 규정했다”며 “안전 교육을 너무 많이 하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교직원도 3년마다 15시간 이상의 안전교육 직무 연수를 받도록 했다.
안전교육의 방식을 체험 위주로 개편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과거엔 안전교육이 대부분 시청각 자료에 의존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북교사노조 관계자는 “그간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했던 대피 훈련도 이제는 1년에 두 번씩 아이들이 실제로 학교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할 정도로 꼼꼼하게 진행한다”며 “재난체험 시설을 이용하며 실전 감각을 기른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북은 초등학교의 경우 2학년과 5학년이 총 두 차례에 걸쳐 안전체험관을 방문해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학교 내진보강 72.6%… “2029년까지 완료 계획”
이날 이번 지진으로 시설 피해가 발생한 부안 계화중학교를 방문한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여진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 안전 점검·관리에 각별히 유념해 달라”며 “보다 촘촘한 학교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9년까지 모든 학교 시설의 내진 보강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