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대한 중국인이 될 것이다.
중국 칭하이(靑海)성 퉁런(同仁)현 녠두후의 한 초등학교 건물 벽에 붙은 슬로건이다. 학교 정문 옆으로는 학생들이 오성홍기와 만리장성에 경의를 표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학교 학생의 대다수는 티베트족이다. 학교는 오는 가을부터 학생 400여 명이 살게 될 기숙사를 짓는 데 한창이다. 13일(현지시간)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티베트인들에게 ‘레브콩(Rebkong)’이라고 불리는 작은 산악 도시 퉁런현 현장을 취재한 기사를 통해 이같은 풍경을 전했다. 중국이 티베트족 학생들을 이른바 ‘중국화’하는 기숙학교 정책을 집중 조명하면서다.
티베트족을 대상으로 한 중국 공립 기숙학교들은 시짱(西藏) 자치구뿐 아니라 칭하이성, 간쑤(甘肅)성, 쓰촨(四川)성, 윈난(雲南)성 등지에 퍼져 있다. 망명 티베트 단체인 티베트행동기관(Tibet Action Institute)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티베트 학생 가운데 적어도 78%가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기숙학교에 다니는 티베트족 학생은 100만 명으로 1년여 만에 20만 명가량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수업을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 통일하도록 했다. 그 이후 교과서 역시 단계적으로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교체했다. 소수민족 지역 초등학교에선 해당 민족 문자의 교과서로 수업할 수 있던 것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한 콘퍼런스에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면서 “공동체 의식 구축이 모든 소수민족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도 2015년부터 기숙학교 건설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모든 소수민족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성장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사회안전과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단일 국가 정체성을 장려한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논리다.
티베트인 교육사회학자인 갸랄로는 지난 3월 B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어린 아이들을 기숙학교로 보내려 하는 건 티베트 정체성을 약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이들은 중국 사회에서도 티베트 사회에서도 적응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유엔 특별보고관 3명이 중국 측에 티베트 교육 개혁 문제를 지적한 서한을 공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 정부가 중국어를 주요 수단으로 소수 민족을 동화시키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알렉산드라 크산타키 유엔 특별보고관은 BBC에 "기숙학교를 강제하는 행위는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모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를 사용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말엔 달라이 라마가 무릎 치료차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티베트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갈등 역시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류펑위(劉鹏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티베트 독립 세력이 반중 분리주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