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울상이다. 도쿄상공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업 도산 건수(부채 규모 1000만엔 이상)는 전년 동월 대비 42.9% 늘어난 1009건에 달했다. 도모다 노부오 도쿄상공리서치 정보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수지 압박을 받아 자금난에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생필품 물가도 고공비행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숙주나물 1봉 가격이 종전 20~30엔에서 30~40엔으로 올랐다. 원료인 중국산 녹두 생산량 감소와 현지 생산비 상승, 엔저로 인한 비용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계란 역시 수입해 오는 닭 사룟값과 물류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
일본 국민 간식인 타코야키가 야키니쿠(고기구이)보다 비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수입 냉동 문어 가격이 와규보다 비싸져서다. 닛케이는 일본 도요스 시장의 냉동 문어 도매가격이 ㎏당 1600엔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고급 외식 메뉴인 A2 등급 와규 도매가는 ㎏당 1550~1600엔 수준이다.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은 줄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악순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본의 1분기 개인 소비는 전 분기보다 0.7% 감소해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네 분기 연속 감소는 2009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15년 만이다. 일본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0.5% 감소(연율 환산 1.8%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지출을 줄이고 창고 선반엔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대기업은 호황이다. 아사히는 "현지 생산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차를 팔든 부품을 사든 수익을 엔화로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어 환율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짚었다.
한편 일본 재무부는 지난달 엔화가 달러 대비 평균 155.48엔에 거래돼 전년 대비 14.9%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