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이어 다게스탄도, IS 배후 자처…푸틴, 우크라戰 후폭풍 맞나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한 직후, 수니파 테러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코카서스의 형제들이 감행했다”고 밝혔다. IS는 지난 3월, 145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공연장의 총기 테러 사건 때도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다게스탄 총기 테러에 대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IS-K)은 “아직 강하다는 걸 보여준 코카서스의 형제들이 자행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역시 “IS의 북코카서스 지부 격인 ‘빌라야트 캅카즈’가 이번 공격의 배후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매우 복잡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공격이었다”고 전했다.  

24일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수장이 전날 무장괴한의 공격을 받아 불타버린 회당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수장이 전날 무장괴한의 공격을 받아 불타버린 회당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테러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20명으로 늘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경찰관 15명과 러시아 정교회 신부인 니콜라이 코텔니코프(66)를 포함한 민간인 5명 등이 사망했다. 다게스탄 의료당국은 부상자 46명 중 13명 이상이 경찰이며 4명은 상태가 위중하다고 전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테러 공격에 가담한 총격범 6명을 사살했으며, 이들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총격범의 신원과 테러 조직의 명칭은 공개하지 않은 채 “총격범들은 한 국제 테러 조직의 지지자”라고만 설명했다. 다게스탄 조사위원회 수사국도 “사건에 관한 모든 구체적인 내용과 테러 공격에 연루된 사람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그들의 행동은 사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사살된 총격범 중 한 명이 마고메드 오마로프 마하치칼라 세리코갈린스키구(區) 구청장의 사촌이자 전 종합격투기 선수인 가지무라드 카기로프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지역의 대규모 국영 기업 직원도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지역 엘리트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어, 이전의 폭력 사건과 차별화된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정부 수장은 26일까지 3일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정교회 신부 니콜라이 코텔니코프 신부의 초상화. AP=연합뉴스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정교회 신부 니콜라이 코텔니코프 신부의 초상화. AP=연합뉴스

 

"러시아 첩보기관의 거대한 실패"

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 3년차에 접어든 러시아의 취약해진 안보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현재 전쟁터로 러시아의 모든 자원과 역량이 집중된 데다, 국내 반(反) 푸틴 세력을 투옥·추방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등 보안당국의 업무가 급증하면서 그간 강한 힘으로 눌러온 갈등 지역에 대해 장악력이 느슨해지자 테러 사건이 잇따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은 체첸공화국·조지아·아제르바이잔의 접경지다. 인구 80%가 무슬림으로, 민족적·종교적 갈등이 잦은 곳이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슬람 근본주의와 조직범죄가 결합한 폭력 사태가 빈번했다. 

하지만 푸틴은 1999년 집권 이후 이 지역 폭력 사태를 강경 진압했고, 이를 핵심 공적으로 내세워왔다. NYT는 “푸틴은 지난 20년간 잔혹한 독재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엄청난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이 지역을 억눌러왔다”면서 “(이번 테러 사건은) 오랜 기간 곪아온 긴장과 갈등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유라시아 담당 부국장인 타냐 록시나는 “이 지역은 러시아 보안 요원들이 가득 차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제할 수 없었다”면서 “러시아 첩보 기관의 거대한 실패”라고 했다.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드르 바우노프는 “이번 사건은 러시아 정부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곳에서 러시아 당국이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 전역, 테러 트라우마 확산

또 지난 3월 145명이 목숨을 잃은 모스크바 테러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또다시 치명적인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러시아 전역에 ‘테러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고 WSJ 등은 전했다. 러시아 보안 전문자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러시아인들은 체첸 전쟁과 대도시 테러에 대한 공포를 잊지 않았고, 이번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한 애도자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놓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월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한 애도자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놓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 하원(두마)와 친정부 평론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보안 당국의 결함에 대한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레오니드 카르타폴로프 두마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테러 행위를 지원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에 썼다. 멜리코프 다게스탄 수장은 “우리는 테러 행위의 배후를 알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군인과 동일한 적과 마주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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