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반(反)기업’ 법안이 잇달아 추진되며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대해 경제단체 8곳이 한목소리로 반대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무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재추진에 경영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야당이 21대 국회의 개정안보다 더욱 심각한 개악안을 상정시켜 경영계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노조 공화국, 파업 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개정안 3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했고, 오는 27일 입법청문회를 연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21대 국회 개정안보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도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회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누구나 노조에 가입하면 근로자로 추정되는 황당한 결과가 발생한다”며 “자영업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노조를 조직해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개정안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법안 처리 과정에 따라 국내 6개 경제단체의 국회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재계의 반발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다. 이날 경제단체 8곳은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현행 회사법 체계를 훼손하며, 개정 시 일부 주주들이 배임죄 고발을 남발해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횡재세 불씨도 꺼지지 않았다. 횡재세는 은행이나 정유사를 대상으로 고금리·고유가 등 ‘행운’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들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서민 금융에 대한 은행의 출연요율을 높여 횡재세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서민금융지원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이재명 민주당 당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유가에 따른 횡재세를 언급한 뒤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산업 지원 방안의 경우 정치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대표적인 방안이 첨단 산업 보조금 정책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생산 시설에 각각 390억 달러(약 53조원), 430억 유로(약 64조원)의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한국은 직접 보조금이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첨단산업 지원 방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규제 법안들부터 추진하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