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캐시카우와 적자기업의 가치가 같다?
논란의 핵심은 두 기업의 가치를 따졌을 때 이 교환비율이 적당하느냐다. 밥캣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억6472만 달러(1조3899억원)에 달하는 두산의 대표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자산도 11조원에 달한다. 반면 로보틱스는 지난해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자산도 46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밥캣 주주로서는 캐시카우 주식을 갖고 있다가 적자 기업의 주식으로 교환받아야 하는데, 주식 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로보틱스가 ‘로봇 테마주’로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실행하면서, 로보틱스 주식을 68% 소유한 지주사 ㈜두산이 이득을 보는 결과라는 것이다.
상장기업 합병시 시가만 기준으로 하게 한 자본시장법의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SK(주)와 SK C&C 합병 당시에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상장법인 합병가액 산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자율화하되 합병 당사 회사의 경영진이 공정한 합병비율을 도출할 수 있도록 간접 규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 비상장사 합병 방식도 논란
그런데 밥캣을 소유하고 있는 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된 것이라는 비판이 에너빌리티 투자자 사이에서 나왔다. 과거에도 비상장사 합병 시 미래 가치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부풀리거나 줄이는 ‘꼼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합병 시 독립성을 갖춘 기관이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 인수합병 개선안을 지난해 발표하고, 올 3분기 중에 시행하기로 했다. 두산이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합병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심도 나오지만, 두산은 “그것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③ 상법 개정 논의에 영향?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번 개편안으로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는 건 로보틱스의 68.2%를 소유한 ㈜두산의 대주주 일가이고, 피해자는 일반 주주”라며 “만약 상법이 개정됐다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이런 결정을 이사회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했던 정부는 현재 법 개정을 유보한 상태다.
반면 두산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로보틱스와 밥캣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며 이를 통해 사실상 ‘밸류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신속한 사업적 결합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주주 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개편안 발표 뒤 주주 다수를 차지하는 외국·국내 기관에게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두산은 오는 9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개편안 결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