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용 국정원장이 1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료제출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정현 기자
중앙일보가 확보한 02-800-7070 번호의 지난해 7월28일부터 9월 2일까지 통신기록에 따르면, 7월 31일 오전 11시 9분쯤 이 번호로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31초가량 통화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쯤엔 VIP 격노설의 진원지로 꼽히는 윤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보좌관 회의가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회의가 끝날 쯤인 오전 11시 43분 이 번호로 주진우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약 44초간 통화한 기록도 나타났다. 이로부터 10분 후인 오전 11시 54분엔 이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렸고 2분 48초간 통화가 이어진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 자신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전화기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한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이 통화에서 순직 해병 사망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오후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직무에 배제됐던 임성근 전 1사단장은 돌연 직무에 복귀해 낮 12시 54분 전산으로 휴가를 신청했다.
KT는 “02-800-7070의 고객명은 ‘대통령 경호처’”라고 밝혔다. 다만 이 번호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