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에 간 수치 정상 많은 C형 간염,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포함

완치 후에도 정기검진으로 간암 발생 확인하고 재감염 막아야




간경변과 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C형 간염이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다. 대한간학회 등의 주도로 2017년부터 도입을 추진한 지 7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C형 간염 검진은 56세가 되는 해에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으며, 내년(2025년)에는 1969년생이 대상이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 환자의 대부분은 무증상 상태로 만성화해 언제 감염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사례가 흔하다”며 무증상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선별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사침 찔리고 문신 받다 감염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주로 수직 감염에 의해 전파되는 B형 간염과 달리 여러 경로로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수혈을 통한 감염은 크게 줄었다. 지금은 정맥 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침술, 문신 등 오염된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C형 간염에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은 아시아 지역 환자다. 국내에서도 2016년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도입된 이후 환자 수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C형 간염 양성 환자의 치료율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C형 간염 양성으로 진단된 환자 8810명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5118명으로 58%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신규 감염 발생률과 사망률을 각각 80%, 65%로 감소시키고 진단율과 치료율을 각각 90%, 80%로 증가시키는 목표를 세웠다.

 

치료 놓치면 간암 진행 위험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어 혈액 전파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다행히 95%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는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혈액 검사로 C형 간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진단 후에는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권 교수는 “C형 간염 환자 중 증상이 없고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병원을 내원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완치 후에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간경변과 간암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재감염을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