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지루한 장마…단맛 떨어진 ‘여름과일 제왕’ 수박이 운다

23일 서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강원도 양구 수박 첫 출하식에서 중도매인들이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양구군 제공

23일 서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강원도 양구 수박 첫 출하식에서 중도매인들이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양구군 제공

‘여름 과일의 왕’ 수박이 운다. 폭우와 지루한 장마에 가격이 치솟고, 그나마 살아남은 수박은 당도(糖度)가 떨어져서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폭우로 수박 주요 산지인 충남 논산·부여의 수박 농가에서 하우스 60∼70%가 침수되는 등 대규모 수해를 입었다. 해당 지역이 전국 수박 농가에서 차지하는 재배 면적은 20.9%에 달한다. 특히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물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 가격은 연일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3일 수박 소매가격(중품)은 한 통당 2만889원을 기록했다. 3주 전인 2일 소매가격(1만8828원)보다 2000원가량 올랐다. 수해도 문제지만 유통업계에서 걱정하는 건 긴 장마에 따른 일조량 부족이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수확 일정도 뒤로 밀려서다. 장마가 끝나면 8월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수박 수요가 늘면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도 폭우로 여름철 수박 한 통 소매가격이 4만~5만원까지 치솟는 ‘수박 대란’을 겪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수박이 제때 나온다 하더라도 맛(당도)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선 ‘비파괴 당도 검사’를 거쳐 당도가 일정 기준 이상인 수박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평균 90% 이상이던 당도 검사 통과율이 최근 50%까지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박은 비에 약하다. 당도가 기준치를 넘더라도 수분이 스며들어 비릿하거나 밍밍한 맛이 날 경우 반품·환불 문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신지영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지난해 수박 농가 수해 면적이 1032ha(헥타르)였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수해 면적이 319ha 수준이다. 충북 음성, 강원도 양구, 경북 봉화 등 주요 산지는 수해가 크지 않다”며 “7월 하순 이후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수박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