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새 정책위의장으로 지명한 4선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에 대해 한 말이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와 개인적으로 가깝거나 우정을 나눌 기회도 없었고, 전당대회에서 저를 위해 뛰지 않았다. 친소 관계를 따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한 대표가 이런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택한 건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에 더 천착하겠다”던 공언을 실제로 구현할 적임자로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튀지 않는 성격 탓에 의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계파색이 엷어 친한이니 친윤이니 하는 프레임에서 비껴나갈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위의장 지명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을 강조했다”며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터서 성과를 올려 주길 바라는 의지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정책 전문성과 당내 안정감을 고려한다면 중진의원 중에선 적임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지명된 김상훈 의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선 ‘파격’이라고 평가한다. 원내사령탑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3선이라 김 의원의 선수가 더 높기 때문이다. 통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선수가 같거나 아래인 경우가 많았다. 김 의원은 내주 초 의원총회의 추인을 거치면 정책위의장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다만, 추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달성)고, 서범수 사무총장의 지역구가 울산(울주)인 마당에 김 의원까지 중용되면서 당3역(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 모두 영남 출신인 점은 외연 확장을 내세운 한 대표에게 부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새 정책위의장 지명과정에서 불거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과의 갈등 진화에도 나섰다. 사퇴 압박을 받아온 정 의원은 전날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도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사퇴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2일 “(정 의원에게) 결단해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그 뜻을 잘 생각해서 우리 당을 잘 이끌겠다”며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별도로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직전 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했다. 정 전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한 대표에게 “당을 포용해서 끌고 가달라”, “화합하면 대표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당부했고, 한 대표는 “경청하면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찬을 시작으로 5일 조경태ㆍ권성동 의원, 6일 주호영ㆍ권영세ㆍ윤상현ㆍ조배숙 의원 등과 점심을 함께 한다. 또 8일엔 4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식사 정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홍보본부장에는 장서정 전 비대위원,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 등을 내정하며 주요 당직 인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