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기업공개(IPO)나 매각,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티몬, 위메프를 포함한 큐텐 계열 플랫폼의 점유율을 흡수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시장 내 신뢰 손상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산주기 단축, 판매대금 분리 예치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커지며 업계 1위 쿠팡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각·상장·투자, 제값 가능할까
투자 유치에 나선 신세계그룹 SSG닷컴도 처지는 비슷하다. 지난해 두 번째 상장 시도가 무산되며, 연말까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도와야 하는데 선뜻 지분 인수 의향을 보이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인수합병(M&A) 시장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말 많은 이커머스 업계에 진입할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IPO 재도전 의사를 밝혔던 컬리와 오아시스도 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적정 몸값을 받기 어려워지자 IPO 문턱에서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연기했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투자 심리가 악화되며 올해 역시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산주기 단축 본격화, 쿠팡도 불똥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판매일의 익월 말일에 정산하던 판매 대금을 올해 초부터 최대 두 달 뒤에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현금 보유 기간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 같은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컬리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첫 흑자 전환했다.
긴 정산주기로 이득을 보던 쿠팡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는 30~60일로, 티몬(40일), 위메프(37~67일)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매 확정 후 1~2영업일 이후에 정산하는 네이버, G마켓, 옥션, 11번가보다 길다. 다만 쿠팡은 전체 판매의 10%만 이같은 오픈마켓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 자율규제에 맡겼던 이커머스 플랫폼 정산 주기가 법제화할 경우 쿠팡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거둔 쿠팡은 올해 1분기 분기 최대 매출(9조4505억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53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61%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오는 7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쿠팡은 정부의 이커머스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품권·여행 상품, 피해 구제 난항
티몬·위메프 피해 소비자들은 PG사의 환불 진행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접수된 티몬·위메프 여행상품 관련 집단 분쟁 조정 요청 건수는 4000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원은 9일까지 피해 소비자를 모집한 뒤 집단분쟁 조정 요건에 충족될 경우 60일 이내, 최대 90일 이내 조정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