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잡았더라면…피해가 눈덩이로 커지지 않았을 텐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김수홍)는 비상장주식 사기와 주식카페 여론조작으로 102억원 상당의 이익을 본 ‘슈퍼개미’ 복모(41)씨 등 4명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5일 불구속기소했다. 이같은 소식에도 2016년 복씨의 허위광고 글로 2억6000만원의 손해를 본 피해자 A씨는 “너무 늦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9년 전 복씨가 “고발권자의 고발이 없어 공소권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아쉬움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2015년 6월 복씨가 거짓·기만광고를 표시했다고 보고,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유료회원에게 투자 실패 시 회비 전액을 환불해주겠다며 12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적용했다.
5개월 뒤 검찰은 복씨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고발권자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어 공소권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표시광고법은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복씨는 사기 혐의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다.
복씨가 범행 규모가 833배가량 커지는 사이 검찰은 공정위에 고발 요청도 하지 않았다. 2014년부터 검찰, 조달청,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거래법 등 위반사항을 공정위에 고발 요청할 수 있다. A씨는 “여론을 조작하는 주식카페가 어떠한 조치 없이 계속 운영돼 피해자가 늘어갔다”며 “피해 상황을 카페에 알리면 복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사기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전속고발권 제한이 없었다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세웠지만, 집권 이후 검찰권 축소를 이유로 전속고발권을 유지했다. 폐지 시 기소 남발로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를 해칠 수 있단 우려도 있었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허위광고 사건처럼 늦장 대응으로 공소시효 만료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검찰은 판례 변경으로 공소시효가 바뀌면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전 대표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겨우 기소할 수 있었다. 한 조달청 관계자는 “고발 가능한 사건 10~20%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며 “공정위 조사가 늦게 끝나 통보도 늦다”고 말했다.
검찰 등도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는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소홀히 보는 측면도 있다. 2019~2023년 5년간 공정위가 조사한 표시광고법 위반 586건 중 검찰·중기부·감사원·조달청 등이 고발을 요청한 사건은 단 1건도 없었다.
검찰은 비교적 대형사건이 많은 공정거래법 위반 수사에 집중한다. 지난해 전체 공정거래법 사건 고발 요청 13건 중 검찰의 고발 요청이 10건에 달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공정거래 위반 사건 수사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이전과 달리 고발 요청도 적극적이고, 공정위 고발 전 수사에 착수하는 경향이 있다. KT 일감 몰아주기, LH 담합 등 담합 사건 수사가 대표적”이라며 “표시광고법 위반과 같은 작은 규모 사건은 뒷순위다”고 말했다.
김정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원(변호사)은 “공정위에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을 고발요청권 보유 기관에 통지할 의무가 없고, 중기부·조달청·감사원엔 소비자 전담 부서가 없는 것도 고발 요청이 없는 이유”라며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 전담기관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 공정위는 고발을, 검찰은 고발요청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작은 사건은 검경 수사 인력 한계로 수사를 못 할 수도 있어 수사인력 보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