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이날 권순일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홍 회장에게 50억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면제해주는 등 금품을 제공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후인 2020년 11월~2021년 9월 변호사 등록 없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사실상의 변호사 활동을 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별도의 사무실에서 대장동 송전탑 민원 관련 행정소송 1심과 대장동 토지통행권 민사소송 상고심의 재판 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 ‘법률 행위’ 한 혐의다. 권 전 대법관이 재직 10개월간 받은 고문료는 1억5000만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권 전 대법관 의혹의 핵심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20년 공직선거법 상고심 ‘재판거래 의혹’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김만배씨 진술이 관건”이라며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전후로 당시 현직 대법관이던 권 전 대법관을 수 차례 찾아간 당사자다.
다만 홍 회장이 김만배와 주고받은 총 금액은 99억원이다. 2021년 6~8월 홍 회장의 두 아들은 화천대유가 소유한 천화동인 1호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사업 자금 명목으로 49억원을 빌렸다가 그해 7~9월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상환을 완료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49억원 부분은 홍 회장 측이 4.6% 이자까지 포함해 돈을 전부 갚았기 때문에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을 2015년 대장동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아들을 통해 퇴직금 50억원(세후 25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2022년 2월 구속기소했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자신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우리금융 측에 대장동 사업 참여 등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200억원 및 50억원을 약속받고 이중 8억원을 수수한 혐의,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딸을 통해 11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됐다.
남은 50억 클럽 멤버는 검찰 출신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가 수사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2013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연루설이 있는 성남시 청소업체 특혜 의혹 관련 수사 무마 의혹, 최 전 수석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의혹 등을 받는다. 이들은 논란 당시부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올 1월 최 전 수석 참고인 소환 때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중심으로 묻고, 50억 클럽 관련해선 조사하지 않았다”며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포함해 남은 3명의 수사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