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취약한 한국 증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한국 증시의 근본적인 체질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코스피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8월7일 종가 기준 -3.8%다. 일본 닛케이지수(5.41%), 대만 가권(자취안) 지수(19.28%)가 연초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국내 증시를 강타한 5일 하루에만 10.3%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4일(-13.8%) 이후 16년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하지만 반등 폭은 미미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전 로이터의 ‘엔비디아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테스트 통과’ 보도와 삼성전자의 정정보도 등을 거치며 3.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장이 일본·대만·미국이 오를 때 충분히 오르지 못하다가 빠질 때는 또 같이 빠지는데 회복은 더디면서 (주요국 증시와) 상승률이나 밸류에이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익의 질’이 좋지 않고 더 근본적으로는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더 빨리 (주가가)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0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5.56%→5.39%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4.48%→3.36%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연도별로 보면 영업이익률에 큰 편차가 있다. 한 펀드 매니저는 “같은 반도체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졌다고 해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심인 대만과 달리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라 경기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환경도 장애물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고, 퇴직연금은 안전 자산으로만 쏠리는 데다, 개인들도 단타 위주로만 국내 주식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산 해외자산을 되파는 현상)의 여파가 언제까지 시장에 충격을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 기반이 부족한 것이 국내 증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주가 반등이 더딘 이유는 장기 자금 유입이 부족한 신흥국 증시의 한계 때문”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