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는 너무 많잖아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티몬이나 위메프는 싸고 익숙하니까 이용하는 거죠.”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두 플랫폼을 자주 이용했다는 H씨의 말이다. 다른 티메프 피해자도 마찬가지일 테다. 5만원짜리 국내 숙박부터 수백만원짜리 해외 패키지여행까지, 여행을 작정하면 온라인 쇼핑몰부터 뒤지는 세상이다.
티메프 사태가 충격적인 건 두 업체가 소형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 1500명이 여행을 떠나지 못했을뿐더러 상당수는 결제 금액을 못 돌려받고 있다. 왜 이런 일이 터졌을까. 온라인몰에서 여행상품을 살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고약한 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할인 이벤트를 앞세워 여행상품 구매를 유인했다는 점이다. 이달 4일 휴가철 인파로 북적이는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뉴스1
이번 사태는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 여행사에 대금을 정산하지 않으면서 촉발했다. 티메프와 여행사의 정산 방식은 일반 소비재와 다르다. 가령 5월 1일 K씨가 6월 1일 출발하는 50만원짜리 베트남 다낭 패키지여행 상품을 티메프에서 구매했다고 치자. 전자결제대행사(PG사)는 결제일로부터 하루 이틀 뒤 50만원에서 수수료 2~3%를 뺀 금액을 티메프에 보낸다. 티메프는 K씨가 여행을 떠난 날짜인 6월 1일로부터 약 두 달 뒤인 7월 말께 여행사에 수수료 약 10%를 뺀 금액을 정산한다.
이처럼 늦어지는 정산 방식 때문에 티메프 문제도 뒤늦게 드러났다. 티메프가 6~7월 출발 상품에 대한 정산금을 여행사에 안 보낸 사실이 알려진 게 7월 20일께였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미정산금만 1000억원에 달한다. 곧 여행사 대부분이 티메프와 계약을 해지했다. 티메프는 7월 29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이로써 여행사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보상받기 어려워졌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환불을 촉구하며 릴레이 시위하는 티메프 피해자. 연합뉴스
소비자는 티메프에 환불을 요청하고 여행사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여행사마다 대처법이 달라 혼란을 부추겼다. 여행사 대부분이 7월 말 이후 출발하는 여행 상품을 취소했으나, 일부 여행사는 고객이 구매한 여행을 차질 없이 보내주겠다고 발표했다. 취소된 여행상품의 환불금을 포인트로 지급한 여행사도 있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니 정부가 여행사를 압박했다. 티메프로부터 정산을 못 받더라도 예약한 고객의 여행을 보장하라고 주문했다. 여행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도 수십억 원이 떼인 피해자여서다.
여행사가 아닌 이커머스에서 상품을 팔기 시작한 건 2010년 이후다. 대리점이나 공식 홈페이지만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어려운 여행사는 이용자가 많은 외부 유통 채널이 필요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에 좌판을 까는 셈이다. 신문 광고, TV 홈쇼핑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B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로부터 비행기를 통째로 빌리거나 좌석을 미리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잘 안 팔리면 티메프 같은 곳에서 싸게 팔 때가 많다”며 “공식 홈페이지는 고객 분쟁 우려가 있어서 너무 큰 할인은 못 한다”고 말했다.
티몬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빚어지기 전에 일종의 현금성 포인트인 '티몬 캐시'를 할인 판매해 더 큰 소비자 피해를 일으켰다. 사진 티몬 홈페이지
혹시라도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업계와 이커머스 관계자는 사전 대비책 같은 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같은 상품도 비상식적으로 싸게 팔거나 ‘티몬 캐시’처럼 특정 결제 방식을 유도할 때는 경계하는 게 좋다. 몇만원 비싸더라도 여행사를 직접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현금 거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모두투어 이윤우 매니저는 “이커머스 여행상품 중 출발이 임박해 싸게 파는 상품은 취소 조건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 거래 조건이나 약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불만 사례가 다수 접수된 외국 온라인여행사가 대표적이다. 가격 비교 사이트만 보고 최저가에 혹해 항공권이나 호텔을 예약했다가 환불은커녕 상담조차 못 하고 속앓이를 하는 소비자가 부지기수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