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피할 곳 없는 바다
이 시각 체감온도는 33℃(32.6℃)에 가까웠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는 무더위였다. 그런데도 김씨는 “오늘은 시원한 편이다. 이틀 전엔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며 "땡볕에 일을 하다 보면 체중은 자연스럽게 준다"고 했다. 지난 4일 같은 시각 통영 체감온도는 이때보다 약 2℃ 더 높은 34.9℃였다. 이런 폭염 속에서 계속 일하다 보니, 김씨는 2주 새 몸무게가 73㎏에서 69~70㎏으로 3~4㎏ 빠졌다고 한다.
이처럼 드넓은 바다에서 일하는 양식장 어민들은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씨는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가끔 머리가 핑~ 돈다”고 했다. 바다에 빠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선 땡볕을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양식장 한쪽에 마련된 컨테이너가 유일한 피난처다. 폭염 대책은 평소보다 휴식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시원한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게 전부다.
“머리가 핑~ 바다 빠질 뻔”…하지만 못 쉬어
이 때문에 어민들은 한창 더운 오후 시간대를 피해 봄·가을철보다 2시간 빠른 오전 5시부터 일한다. 이어 한창 더운 2~3시쯤 퇴근하는데, 점심시간이 어중간한 탓에 해상에선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잦다. 무더위에 체력은 떨어지고, 영양분 섭취마저 부족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지자체는 수시로 폭염 경고 방송을 하는 동시에 온열질환자 발생 여부를 살피고 있다. 이날 통영시는 확성기를 부착한 드론을 띄웠다. 뭍에서 약 600m 떨어진 김씨의 양식장 상공에서도 ‘야외 활동 자제’, ‘폭염 안전수칙(물·그늘·휴식)’ 등을 알렸다. 경각심 차원에서다. 김씨는 “‘이 일만 해야지’ 하다가 나도 모르게 더 일한다. 방송 듣고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니 고맙다”고 했다.
고수온 언제 덮칠까…남해안 어민 ‘전전긍긍’
다행히 남해안은 서해안과 달리 수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경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남해안 수온은 21~23℃ 수준이다. 이날 김씨 양식장에 설치된 수온계에도 수심 3·5m 지점 수온은 각각 22.6℃, 20.9℃였다. 고수온에 취약한 우럭이 버틸 수 있는 한계수온(28℃)에 이르지 않았다. 오히려 적정수온 (12~21℃)에 가깝다.
“냉수대 빠지면 고수온 온다”
수과원 관계자는 “냉수대가 중층(3~5m)뿐만 아닌 표층(1~2m)까지 머물고 있어 통영·거제 등 수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냉수대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까진 남풍 계열이 불어 (냉수대가) 빠지지 않았지만, 북동풍 계열로 바뀌면 조류가 변화해 냉수대가 빠지면서 수온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영시 관계자도 “실제로 지난해 태풍 카눈이 지나가면서 냉수대가 빠져 수온이 급격하게 올랐다”며 “우럭 등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이 적응할 시간도 없이 대량 폐사했다”고 했다.
고수온 대비할 면역증강제 공급↓
하지만 어민들은 고수온에 대비할 단기 대책인 면역증강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비타민 등 영양분이 든 면역증강제를 먹여야 고수온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올해 경남도가 자체 사업으로 공급한 면역증강제는 14t에 그쳤다. 지난해 22t보다 8t 줄었다.
경남도 관계자는 “(세수 부족 등으로) 예산이 없어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국비 사업 중에 가능하면 지침을 개정해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