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베트남 호치민에 문을 연 뚜레쥬르 칸호이점은 현지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호치민 전경이 보이는 3층 통유리 건물이 SNS 인증샷을 찍기 좋은 ‘핫스팟’으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K푸드 열풍을 타고 고객 연령층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양산빵 위주로 판매하는 현지 베이커리와 달리 400여 종 이상의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점이 차별화된 특징”이라며 “베트남 내 40여개 뚜레주르 매장을 이용하는 멤버십 회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SPC도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100호점을 호치민에 개점하며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간 북미 시장에 매장 180곳을 내며 집중해왔지만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해 베트남에 10개 매장을 운영하며 인접국으로 진출을 노리고 있다.
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 식품기업들의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소비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성장세가 뚜렷하다. 식품업계는 국내 대표 상품 수출에 속도를 내는 한편 현지 입맛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베트남에 공들이는 식품기업
행사는 오는 10일부터 3주간 베트남 호치민 일대에서 K푸드·K스포츠·K무비를 주제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첫 주에 열리는 K푸드 위크 기간에는 이마트, 콥마트 등 호치민 내 대형마트 4곳에서 비비고와 CJ제일제당의 현지 자회사 까우제 제품을 활용해 쿠킹쇼를 연다. 다음달 1일까지 베트남 전역에서 5개 CJ 브랜드의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롯데그룹도 전 계열사가 베트남 시장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지난해 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호치민 1군 지역에 빼빼로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롯데웰푸드의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43% 신장했다”며 “새롭게 수출하는 파스퇴르 가공유 등을 지속적으로 알려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공들이는 주요 수출국 중 하나다. 인구가 1억명 이상인데다,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의 진출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브랜드나 문화를 친숙하게 여기는 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베트남 가공식품 수출액은 2020년 6억5200달러(약 8253억원)에서 지난해 8억6100달러(약 1조1004억원)로 꾸준히 늘고 있다.
생산기지부터 구축
지난해 4월 베트남 떠이닌성에 제2공장을 완공한 팔도는 내년까지 생산라인을 증설해 현지 특화 라면 생산량을 연간 7억개로 늘릴 계획이다. 팔도 베트남 법인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7.4% 증가한 797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도 베트남에 판매 법인과 공장을 함께 두고 있다. 현지에 설립한 두 개의 공장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진라면, 열라면 외에도 베트남 MZ세대를 공략한 ‘오빠라면’, 할랄 인증 라면 등을 생산·판매 중이다.
태국·인니 공략도 순항
농심이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출시한 신라면 똠얌과 신라면볶음면 똠얌은 출시 8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했다. 이 제품이 태국 여행객들의 쇼핑 품목으로 인기를 끌자 농심은 하반기에 글로벌 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성장가능성 큰 아세안 시장
K푸드 열풍에 대해 연구해 온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은 인구 성장률이 높고 구매력이 높은 젊은 소비층이 많아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며 “K푸드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한국산 스낵, 라면, 소스류 제품의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