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판매업체에게 판매 대금을 보내는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법안은 여야 모두 발의했다. 플랫폼 업체를 규율하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에는 대규모유통업법과 달리 정산주기 규정이 전무했다. 이 때문에 상품 결제가 이뤄진 뒤 길게는 70일 뒤에야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이 이뤄졌다. 이 기간 동안 판매대금을 유용한 게 티메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야 의원들이 낸 개정안엔 “구매 확정 후 5영업일 이내”(송언석), “배송 완료 후 10일”(천준호), “소비자 수령 후 14일 이내”(김남근) 등 구체적인 정산 주기 규정이 담겼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업체 규제 수위를 두고서는 여야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 여당은 규제보다는 정산금 보호와 같은 거래 보호 장치 마련에 무게를 뒀다. 송 의원은 정산금을 보호하는 ‘에스크로(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정산금 지급 방식)’ 도입으로 판매 대금을 플랫폼 업체들이 유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6일 “위탁형 e커머스는 금융기관적 성격이 있다. 에스크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 같은 방안에 힘을 실었다.
반면 야당은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업계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천 의원은 정산이 늦어질 경우 지연금에 이자를 붙여 대금을 납부하도록 명시하고, 이율은 공정위가 고시하도록 했다. 천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가 티메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제재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업체가 ‘경영 지도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면 금융위가 자본증액명령, 영업정지, 임원개선명령 등 강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당 차원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티메프 사태 관련 당정 회의를 열어 피해업체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 지원과 정산 기일 단축을 약속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4일 국회에서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농어업 유통 판매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와 피해자 구제 앞에선 여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신속한 구제와 정산기일 단축에 우선 논의를 집중해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