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가 최근 밝힌 반대 명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9일 친한계 핵심 인사가 모인 텔레그램 단체방엔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란 취지의 메시지를 올려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사면 복권이 정치 공학적으로 이용된 것으로 국민께 보여선 안 된다. 이런 문제에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재차 올렸다고 한다.
한 대표의 김 전 지사 복권 반대엔 이런 신념들 외에 자신에 대한 여권 일각의 정체성 공세를 불식시키고 보수 진영 정치인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선 나온다. 지난달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당시 한 대표는 친윤계 등으로부터 “진중권ㆍ김경율 등 좌파 출신 인사들과 소통한다”며 정체성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 대표의 복권 반대 의사가 전해지자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등지에선 외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이 연달아 게시되고 있다.
친한계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당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 결과가 알려지기 전까지 김 전 지사 복권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에 한 대표는 관련 보도가 나온 8일 밤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실에 복권 반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윤계에선 “반대 입장을 물밑에서 조율하지 않고 외부에 흘러나오게 했다”며 한 대표의 정치력을 문제 삼는다. 대구ㆍ경북의 친윤 의원은 “김경수 한명을 복권하며 원세훈ㆍ조윤선ㆍ현기환 등 보수 인사 여럿을 복권할 수 있다는 점을 친한계가 간과하고 있다”며 “한 대표의 반대 입장이 공개되면서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은 김 전 지사를 복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확전 양상을 보이자 국민의힘에선 ‘윤ㆍ한 갈등’ 재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남 중진 의원은 “당ㆍ정간 생각이 다를 때마다 이견이 외부로 노출되고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권 분열의 불씨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10일 자신의 SNS에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면서도 “진영을 넘어 국민통합과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더 큰 생각과 의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그 생각을 믿고 기다릴 때”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