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는 다만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 이 기자회견을 보고 머리 쳐들면서 발끈하는 사람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정 후보는 “지금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전당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그들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정 후보의 비공개 석상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앞서 정의당 출신 박원석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와 통화 사실을 언급하며 “정 후보가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상당히 열 받아 있다. 정 후보가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정 후보는 회견에서 박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적 대화다보니 본의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당내에선 “정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측근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회의는 이 전 대표의 측근인 강위원 상임대표를 필두로 22대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원외 조직이다. 22대 총선에서 김우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윤종군 원내대변인, 황명선 조직부총장 등 현역 의원 30여명을 배출해 “초선 최대 계파”로 꼽힌다. 최근 당내에선 “혁신회의가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워 의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압박하는 등 전당대회에 개입한다”(중진 의원)는 우려도 나왔었다. 앞서 김두관 당 대표 후보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혁의 딸’과 결별하고 더민주혁신회의는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명계에선 “자신의 발언은 해명하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총구를 돌렸다”고 비판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정 후보 오늘 회견은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프레임 전환으로, 최고위원 자질을 의심케 한다.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누가 앞에서 ‘반드시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제왕적 당 대표’ 운운하며 보수 언론의 먹잇감으로 팔아 넘겼나. 앞과 뒤가 다른 자, 오로지 이 전 대표 공격에만 몰두하는 이런 자들이야 말로 진짜 이 전 대표를 파는 자”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와 이 전 대표와의 과거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 후보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대선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는데, 당시 변호사 활동을 하던 이 전 대표는 정동영 후보 캠프에 속해 있었다. 당시 손학규 캠프 인사들이 정동영 캠프의 불법 선거운동이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부산의 한 식당을 급습해 현장에 있던 이 전 대표와 정 후보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정 후보와 함께 출연해 “(정 후보가 구속됐을 당시) 내가 면회를 갔다”고 말했다. 정 후보 역시 12일 회견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누가 뭐라 해도 민주당의 최대 자산”이라고 추켜세웠다. 당내에선 정 후보가 현재 당원 투표 누적 득표율 2위인 만큼 최고위원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캐릭터가 강한 정 후보가 최고위원이 되면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얼마나 독자적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