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스 등 외신은 미디어텍이 AI PC용 프로세서를 개발해 내년 상반기 출시할 것이라 보도했다. 새 칩은 TSMC 파운드리(위탁생산) 의 최신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를 맡는 방식으로 미디어텍과 칩을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반도체 드림팀’이 총출동한 셈이다.
올해 AI PC용 프로세서 시장에는 기존 주자 인텔·AMD뿐 아니라 퀄컴도 뛰어들었는데, 미디어텍도 야망을 드러냈다. 내년에는 자체 설계한 AI 서버용 칩도 출시하겠다는 포부인데, 이는 엔비디아·인텔·AMD 등 최고 반도체 회사만 가능한 분야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자체 설계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미디어텍은 대만 2위 파운드리 UMC의 디자인 하우스(설계한 칩을 검증해 파운드리 업체에 전달하는 역할)로 출발했다가 1997년 분사했다. 이후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1분기에는 미국 퀄컴을 제치고 모바일 AP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4대에 미디어텍의 AP가 탑재된다.
삼성 덕에 먹고 살았던 미디어텍
‘반도체 거인’ 잇따라 키워낸 대만
엔비디아 역시 자사 그래픽 처리 기술을 미디어텍이 설계한 차량용 반도체에 제공하는 등 시장을 함께 일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모국 대만을 방문해 모리스 창 TSMC 설립자와 차이리싱 미디어텍 CEO에 저녁 식사를 대접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원맨쇼’ 언제까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미디어텍의 칩 설계 역량은 이제 삼성이 따라가기 벅찬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AI를 중심으로 기술 흐름이 급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설계·생산 등 개별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삼성이 아무리 덩치가 커도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다”면서 “온디바이스 AI 등 기술 변곡점이 찾아온 지금이 국내에서 미디어텍 같은 팹리스를 키워낼 마지막 기회”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