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정보가 공개된 국내 출시 전기차 62종 가운데 70%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를 시작으로, 14일까지 기아·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들과 BMW와 벤츠 등 수입차 6곳이 전기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이를 분석해보니 배터리 정보가 공개된 전기차 62종 중 44종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제품이 쓰였다. 이날 오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독일 폭스바겐과 폭스바겐그룹코리아(아우디 수입사)의 전기차 14종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됐다. 오후엔 한국GM도 배터리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판매 중인 2종의 전기차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중국 배터리 기업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 18종 중 대부분은 세계 1위 중국 CATL 제품을 썼다. CATL 제품을 쓰지 않은 경우는 인천 청라 화재를 일으킨 메르세데스-벤츠 뿐이었다. 벤츠는 국내서 판매중인 전기차 16종 가운데 5종에 세계 10위권 배터리 업체인 중국 파라시스 제품을 썼다.
전기차 제작 단계부터 K배터리 탑재
한국 배터리 3사는 현대차·기아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전기차 제작 단계부터 협업하며 배터리 납품 계약을 따냈다. 삼성SDI는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13년 BMW 최초의 순수전기차(BEV) i3를 시작으로 i8과 iX, i4 등에 고성능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전 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중국산 배터리가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잡은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유럽 및 동남아시아 완성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 27.4%를 점유한 글로벌 1위 CATL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사용량(전기차에 탑재되는 총량)이 12.1% 증가했다. 나머지 중국 기업들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지난해 테슬라를 누른 전기차 제조사이자 중국 2위 배터리 업체인 BYD도 올 상반기 사용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4.8% 증가해 비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6위(3.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청라 벤츠 차량 화재를 계기로 국내에선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 반감이 커졌다 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한국 배터리들이 앞서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화재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