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딤섬 만두 차슈바오 정체를 해부하다

차슈바오. 바이두바이커

차슈바오. 바이두바이커

차슈바오는 딤섬 만두다. 우리가 흔히 먹는 만두와는 많이 다르다. 딤섬 전문점에서 차슈바오를 주문했을 때 먹기 전, 찬찬히 뜯어보면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만두 모양새다. 잘못 찐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차슈바오 만두 윗부분의 표면이 터지고 갈라져 있다. 마치 잘못 찐 찐빵 같다. 차슈바오는 왜 이렇게 만두 윗부분이 터져 있을까?

터진 만두 사이로 살짝 보이는 만두 소도 특이하다. 다진 돼지고기가 틀림없는데 맛은 바베큐 맛 내지는 베이컨 맛이 난다. 아무리 딤섬 만두라지만 어쨌든 중국 음식인데 왜 바베큐 혹은 베이컨 맛이 느껴질까? 게다가 만두 소는 왜 그렇게 야박하게(?) 넣는 듯 마는 듯 넣은 것일까? 이왕이면 듬뿍 넣어주면 더욱 맛있을 것 같은데 원가절감 차원인지 맛만 보라며 살짝 넣은 것이 아쉬운데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차슈바오라는 만두 이름도 이상하다. 중국어 그것도 광동어 이름이니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지만 한자 뜻 자체는 낯설기 그지없다. 깍지 낄 차(叉), 불사를 소(燒), 쌀 포(包)자를 써서 광동어로 차슈바오(叉燒包)라고 하는데 깍지를 껴서 불사른 후 감쌌다는 당황스러운 뜻이 된다. 왜 이런 이름이 지어진 것일까?

앞서의 몇 가지 의문들, 몰라도 그만인 별 쓸데없는 궁금증일 수도 있지만 나름 다 의미가 있다. 그러니 알아두어서 손해볼 것도 없다. 먼저 차슈바오 만두 윗부분이 터진 이유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 찐 것이 아니다. 오히려 터지지 않은 차슈바오가 불량품이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밀가루를 발효시켜 부풀려 찐 포자 만두는 위부분이 갈라지고 터져 속이 보여야 가장 맛있는, 최고의 만두라고 한다. 중국 역사서에도 그렇게 나온다.


3세기 무렵의 진(晉)나라 때 하증이라는 부자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부자였는지 한끼 식사에 만냥을 쓰면서도 언제나 젓가락 댈 만한 음식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이런 하증이 만두를 먹을 때 만두 윗 표면이 열 십(十)로 갈라져 있지 않으면 먹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냥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나라 역사서인 『진서(晉書)』 「하증열전」에 나오는 기록이다. 어쨌든 만두, 그러니까 발효시켜 찐 찐빵 같은 만두는 윗부분이 갈라져야 최고라는 소리다.

딤섬 만두 차슈바오의 윗부분이 갈라져 터진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최고로 맛있게 쪘다는 의미 이외에도 시각적 효과를 살려 미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한껏 어렵게 표현했지만 목화가 솜꽃을 터트린 것처럼 차슈바오를 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부풀려 찐 포자 만두는 위부분이 갈라지고 터져 속이 보여야 가장 맛있는, 최고의 만두라고 한다. 바이두바이커

밀가루를 발효시켜 부풀려 찐 포자 만두는 위부분이 갈라지고 터져 속이 보여야 가장 맛있는, 최고의 만두라고 한다. 바이두바이커

 
딤섬 만두 요리사의 미적 감성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역시 나름의 배경이 있다. 딤섬은 원래 상인들이 차를 마시며 상담을 하거나 부자들이 담소를 나누며 먹는 요리였다. 딤섬(點心)의 본래 의미는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허기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상담용, 담소용 음식이었으니 맛과 함께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거래가 성사되고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차슈바오를 솜꽃이 꽃망울 터트리듯 찐 이유라고 한다.

차슈바오에 소로 들어있는 돼지고기도 나름 배경과 역사가 있다. 이 고기는 구울 때 갈고리(叉子)에 돼지고기를 덩어리채 깍지 끼듯 끼워 매달아 숯불 화로나 불피운 항아리에 걸어놓고 바베큐 하듯, 훈제 베이컨 만들 듯이 굽는다(燒). 그래서 고기 이름이 차슈(叉燒)다. 그리고 차슈바오는 차슈 고기로 빚은 포자만두라는 뜻이다. 동시에 차슈바오 소에서 베이컨 내지 바베큐 향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슈는 중국 남부 광동지방에서 발달한 돼지고기 요리인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경 오리구이처럼 강소성 남경에서 발달한 요리법이 광동으로 전해져 중국식 돼지고기 바베큐인 차슈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남태평양의 돼지고기 요리법이 동남아를 거쳐 광동으로 전해져 차슈로 발전했다는 설이다. 비유하자면 중남미 카리브해의 원주민이 바나나잎 등을 이용해 돼지고기가 타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천천히 굽는 요리법이 미국으로 전해져 바베큐로 발전한 것과 비슷하다. 차슈바오에서 중국적인 맛과 함께 바베큐 맛이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다.

기원설이야 어쨌든 광동사람들, 광동 특유의 돼지고기 요리 차슈에 대해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 말 안듣는 자녀를 꾸짖을 때는 "차슈 한 조각이 자식보다 낫다"며 궁시렁댔다고 한다. 만두 소로 차슈를 듬뿍 넣지 않는 이유도 옛날에는 차슈가 나름 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차슈바오는 역사가 오랜 음식 같지만 광동성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것은 1920년대 이후라고 한다. 중국이 외세 침략과 내란으로 시달릴 때 광주(廣州)의 한 식당에서 배고픈 서민들을 위해 매일 특정 시간만큼은 싼 값에 차슈바오를 팔아 이들의 배고픔울 달래주면서 유명세를 탔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차슈바오에 대한 광동 사람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알아두면 딤섬 먹을 때 심심풀이로 대화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차슈바오 잡설이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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