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한덕수·한동훈 또 의견충돌…尹·韓 갈등 여진인가

국민의힘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6차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 중앙포토

국민의힘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6차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 중앙포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잇따라 의견 충돌을 빚고 있다. 12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연휴 기간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묘한 냉기류도 흘렀다.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를 둘러싸고 한 총리와 한 대표가 이견을 드러내면서다.

이날 한 대표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꼭 유예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의료계가 요청하니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도록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총리는 “2025년도 증원을 건드리는 건 국민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안 된다. 자제해달라”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양측에선 “뭐라도 하지 않고서 지금 상황을 정부가 다 관리할 수 있나”(한 대표), “매니지먼트(관리) 가능하다”(한 총리)는 말이 오갔다. 여권 관계자는 “얼굴을 붉힌 수준의 언쟁은 아니었지만, 회의장에는 적잖은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에서도 둘은 이견을 빚었다. 당시 비공개 당정에서 한 대표가 한 총리에게 2026년도 증원 유예안을 제시했는데, 한 총리는 이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총리와 한 대표가 선 넘는 갈등을 빚을 관계는 아니지만, 최근 이례적으로 부딪히자 ‘한·한(韓·韓)’ 갈등이라는 소리도 돈다”고 전했다.

2023년 12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12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정권 초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한 총리와 한 대표가 나란히 국무위원석에 앉아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번갈아 방어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지난해 9월 5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최강욱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복절 특별사면 등을 문제 삼아 공세를 펴자 한 총리가 “원하신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러 대답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해 이목을 끈 일도 있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에 대해 ‘최강욱의 천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때였다. 국무회의 등에서도 둘은 매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올 초만 해도 한 총리와 이견을 빚는 일은 드물었다”고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최근 의료 문제를 고리로 잇따라 의견 충돌을 빚자 정치권에서는 “윤·한(尹·韓) 갈등의 여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직접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그 대신 한 대표와 정부·대통령실 관계자 사이에 묘한 갈등 기류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한 대표의 의견 충돌이 부각된 것도 이런 갈등 기류의 연장선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정이 이견을 좁혀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료 공백을 줄이겠다는 당정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