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 대표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꼭 유예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의료계가 요청하니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도록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총리는 “2025년도 증원을 건드리는 건 국민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안 된다. 자제해달라”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양측에선 “뭐라도 하지 않고서 지금 상황을 정부가 다 관리할 수 있나”(한 대표), “매니지먼트(관리) 가능하다”(한 총리)는 말이 오갔다. 여권 관계자는 “얼굴을 붉힌 수준의 언쟁은 아니었지만, 회의장에는 적잖은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에서도 둘은 이견을 빚었다. 당시 비공개 당정에서 한 대표가 한 총리에게 2026년도 증원 유예안을 제시했는데, 한 총리는 이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총리와 한 대표가 선 넘는 갈등을 빚을 관계는 아니지만, 최근 이례적으로 부딪히자 ‘한·한(韓·韓)’ 갈등이라는 소리도 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5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최강욱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복절 특별사면 등을 문제 삼아 공세를 펴자 한 총리가 “원하신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러 대답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해 이목을 끈 일도 있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에 대해 ‘최강욱의 천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때였다. 국무회의 등에서도 둘은 매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올 초만 해도 한 총리와 이견을 빚는 일은 드물었다”고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최근 의료 문제를 고리로 잇따라 의견 충돌을 빚자 정치권에서는 “윤·한(尹·韓) 갈등의 여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직접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그 대신 한 대표와 정부·대통령실 관계자 사이에 묘한 갈등 기류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한 대표의 의견 충돌이 부각된 것도 이런 갈등 기류의 연장선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정이 이견을 좁혀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료 공백을 줄이겠다는 당정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