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의 다른 성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에너지 산업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친환경 에너지를 지지하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화석 에너지 쪽이다. 해리스는 주요 정책 공약 의제로 기후변화를 앞세웠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기후 위기를 부추기는 오염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자유”라고 표현했다. 2019년 민주당 경선 후보로 대선 출마 당시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력으로 전환하겠다며 10조 달러(약 1경3200조원) 규모의 기후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해리스는 203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바탕으로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투자세액공제(ITC) 기간 연장,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신설 등으로 공제 혜택을 확대해 미국 내 기술협력 및 투자 확대 기회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AMPC는 2032년까지 배터리‧태양광‧풍력발전 부품 및 핵심 광물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 시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이다. 예컨대 핵심 광물은 생산비용(인건비‧전기요금‧저장비용 등)의 10%에 대해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정연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은 “미국 내 생산 확대시 기존 진출 기업의 수혜 규모가 커지고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효과로 한국에 수출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석유‧천연가스‧석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방 토지 내 시추 허가 확대 등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태양광‧풍력 같은 청정 에너지 산업의 투자 위축, 성장 둔화를 피할 수 없다. 대신 화석 연료 기반 산업이 부각될 전망이다.
두 후보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인식 차이는 자동차 산업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 자동차 수출의 47.3%, 전기차 수출의 45.5%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해리스 후보는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는 한편 연비‧배출 기준을 강화해 내연기관차 시장 축소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는 전기차 의무화 및 자동차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 철회,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 중단 등을 언급했다. 전기차 지원은 축소하고 환경 규제는 완화해 내연기관차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거다. 또 외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입장 차이도 눈에 띈다. 트럼프는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해리스는 외국우려기업(FEOC) 일시적 규제 완화로 부품 수급의 숨통을 틔우려 한다. 현재 중국 자본이 25% 이상 투입된 FEOC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을 장착한 전기차엔 IRA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반도체 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반도체 및 과학법(CHJPS)을 바탕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및 관련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8월 SK하이닉스에 4억5000만달러(약 5940억원), 지난 4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8조448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제도에 대해 비판적이다. 보조금 지원을 축소하고 중국산 제품에 60%,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 부과 등 고관세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 보호무역조치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도 미국 수입 규제 규정 강화, 중국산 우회 수출 조사 확대 등으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 관찰과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