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2회엔 승기를 잡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1차전 데일리 MVP도 구자욱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 뒤 구자욱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경기 직후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구단 지정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고 전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타율은 1군 데뷔 시즌인 2015년(0.349) 이후 가장 높은 0.343(493타수 169안타)을 기록했고, 처음으로 30홈런 고지(33개)를 밟았다. 그런 구자욱이 빠진다면 삼성으로선 치명타였다.
다행히 구자욱은 14일 훈련에 정상적으로 합류했다. 경기 전 만난 구자욱은 "지금 컨디션은 문제 없다. 괜찮아졌다"며 "경기 전부터 두통이 있었고, 눈도 좋지 않았다. 최대한 쉬다가 경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가끔 편두통이 있는 편인데 (어제)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지러워서 표정이 안 좋았던 것 같다. 팀에 피해를 줄까봐 걱정했다"고 했다.
투혼을 발휘한 구자욱은 "몸이 안 좋다 보니 긴장할 겨를이 없었다. 몸 상태는 결과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많은 팬들이 오셨고, 지켜보고 있어서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나는 경기를 즐기진 못했지만, 선수들과 팬들이 즐겨서 위안을 삼고 싶다. 빨리 이기고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라이온즈파크엔 낮부터 비가 내렸다. 구자욱은 "실내에서 훈련을 했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어제보다 좋은 상태다. 내가 빠지면 팀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고라서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박진만 감독도 구자욱을 3번 좌익수로 라인업에 넣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오늘 경기 전에 대화를 했다. 100% 정상적이진 않은 듯하다. 플레이오프 오기 전부터 썩 좋진 않았다. 경기를 하면서 긴장하다 보니 몸이 완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경기 전엔 잘 몰라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게 리더다웠다고 생각했다. '몸이 가벼워진 건가'란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올 시즌 내내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량 뿐 아니라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1차전에선 그럴 수 없었다. 구자욱은 동료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는 "어제 내가 못했던 것들을 (박)병호 형이나 선수들이 했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도, 벤치에 있는 선수도 잘 했다. 내가 하지 않았지만, 좋은 분위기였다. 선수들에게 고마웠다"고 했다.
삼성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많다. 포스트시즌에 처음 나서는 선수도 제법 있고, 경험 많은 선수도 적다. 하지만 1차전의 부담을 잘 이겨냈다. 구자욱은 "젊은 선수들 표정도 좋고 활기찼다.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걱정이 없었다. 한층 더 경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 잘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에게 1차전 승리는 의미가 있었다. 2016년 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한 이후 처음으로 거둔 가을야구 승리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 거둔 마지막 포스트시즌 승리는 2015년 10월 26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다. 당시 경기에 나선 선수 중 지금까지 팀에 남은 선수는 구자욱 뿐이다.
구자욱은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처음 가을 야구 승리를 할 수 있었고, 거기에 제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잘 한 것보다는 수비가 좋았고, 투수들도 좋았다. 모든 선수들이 더그아웃과 그라운드에서 집중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삼성, 그리고 구자욱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LG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구자욱은 "당연히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최대한 빨리 올라가는 게 목표다. 그래야 투수들도 충분히 쉴 수 있다. 최소 경기를 치르고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