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어구 단속했더니…개불 펌프, 작살총 등 8800점 나왔다

해경이 불법 어구 단속을 통해 압수한 작살총들. 해양경찰청

해경이 불법 어구 단속을 통해 압수한 작살총들. 해양경찰청

 
지난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폐공장.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공장 안을 살펴보던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사이버수사대대원들은 상자 안에서 나온 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고기 등을 잡을 때 쓰는 작살총으로, 위험할 수 있어 제조·판매·소지가 금지된 모의 총포다. 이 공장 안에서만 2630점의 작살총이 발견됐다. 공장 관계자 A씨가 직접 만들거나 다른 곳에서 들여와 온라인 카페 등에서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씨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언제부터 작살총을 제조·판매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불법 어구를 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유통망을 특별 단속해 36명을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에게 압수한 불법 어구만 총 8800점, 시가로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압수한 불법 어구는 개불 펌프와 변형 갈고리(갸프), 이른바 스피어건이라고 불리는 작살총 등이다. 자전거 타이어 펌프처럼 생긴 개불 펌프는 갯벌 구멍에 대고 잡아당기면 압력을 이용해 개불을 빨아들이는 기계다. 관광객 등이 개불 펌프를 대거 사용하면서 어족 자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이 기구를 판매·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해경은 개불 펌프를 제작·보관한 창고 8곳을 압수수색해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9명을 입건했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어구를 제작·수입·보관·운반·진열·판매하는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경 대원들이 불법 어구 단속을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해경 대원들이 불법 어구 단속을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B씨 등은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경기 파주와 강원 동해 등 전국 각지에서 작살총을 제작하거나 판매한 혐의다. 불법 개조한 작살총은 일반 작살총의 500배가 넘는 위력으로 자동차 유리창을 깨뜨리고 사람까지 해칠 수 있다. 관련 법률에 따라 제조·판매·소지가 금지돼 있지만 일부 인터넷 카페와 동호회에선 수산물을 잡는 데 유용하다는 점을 내세워 1개당 30만∼160만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해경은 작살총을 제작·판매한 27명을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중국산 불법 어구를 수입해 판매한 업자도 포함됐다.

또 해외 직구 800여건 등 온라인 판매처 3900여 곳을 차단했다. 해경은 오는 12월 말까지 전국에서 불법 어구 특별 단속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은 “모의 총포를 비롯해 개불 펌프 등 불법 어구는 소지만 해도 사안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불법 어구의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등 계속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