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인 ‘경기철도주식회사’에 국가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약 90억원을 배상해주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무임승차 비용에 대한 결정을 수차례 미루면서 민간사업자에 손해를 입힌 점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사건은 2016년 1월 30일 개통한 신분당선 연장 노선(정자~광교)을 두고 벌어졌다. 당초 국토교통부와 경기철도 측은 협약을 맺고 5년간 노인·장애인·유공자에 대한 무임승차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로 인한 손실은 국토부가 총 이용 수요의 5.5%까지 보전해주고, 이후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후 4년이 지난 2019년 10월 경기철도는 국토부에 “추후 무임승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협의하자”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국토부는 “선행 구간인 강남~정자 구간 무임승차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가 진행 중이므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회신했다.
약속한 5년을 하루 앞둔 2021년 1월 29일, 경기철도는 국토부에 “4월 1일부터는 무임승차 대상자에게 일반 운임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유료화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며 신고 수리를 거부했다.
이듬해에도 경기철도는 같은 내용으로 운임변경신고를 했으나 국토부는 거부했다. 강남~정자 구간에 대한 소송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등의 이유였다. 경기철도의 중재회부 요청 역시 국토부의 거부로 결렬됐다. 결국 경기철도는 2022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경기철도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최근 국가가 2021~2023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89억9000여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자를 포함해 약 92억3000만원의 돈을 보상하게 됐다.
재판부는 “국토부는 마치 방안을 마련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을 뿐, 연구용역 진행 등을 이유로 들며 협의를 미뤘다”며 “별다른 협의 없이 경기철도에 사실상 무임수송을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실을 계산할 때는 ‘전체 운임’이 아닌 ‘별도 운임’을 기준으로 삼았다. 신분당선 요금은 ‘기본운임 1400원+구간별 별도운임’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별도운임만을 손실로 인정했다. 연구용역에서 ‘별도운임 유료화’를 최적의 대안으로 본 점, 전액 유료화는 무임승객의 집단 반발로 그 채택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경기철도는 이밖에도 “협약에서 정한 사업수익률 4.7%을 달성하기 위한 운임과 실제 운임의 차액을 국토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모든 사업의 위험을 국토부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봤다.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하면서 공은 2심 법원으로 넘어갔다.
앞서 신분당선 강남~정자 구간을 운영하는 ‘신분당선 주식회사’도 마찬가지로 국가를 상대로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5년치 무임수송 인원에 별도운임 비용을 곱한 손실 약 338억원을 국가가 보상하라고 판단했다. 이 역시 쌍방이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