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나 신기술은 위생복리부(우리의 복지부·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어 중앙건강보험서(건보공단)에서 급여-비급여를 결정한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유사하다. 다만 비급여 관리는 한국과 판이하다. 매우 엄격하게 관리한다. 1인 병실료, 로봇수술 등의 신의료 기술, 고가의 신약이나 약, 접수 비용 등이 대표적인 비급여이며, 항목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 9월 12일 오후 타이베이시중의사공회 사무실. 린 유안 추엔 이사장, 타이베이시 위생국 황팅유 팀장 등 10여명이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비급여 제도를 설명했다.
황 팀장은 "급여 여부는 위생복리부가 결정하고, 시·도 위생국은 '과연 소비자가 비급여 항목을 부담할 수 있을지 심사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 능력이 중요한 심사 기준이다. 첸충하오 타이베이중의사공회 부이사장은 "비급여는 위생국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쓸 수 있다. 병원이 요청한 가격을 대개 낮춘다"고 말했다. 병원이 원가분석·가격 등의 자료를 내면 위생국이 전문가위원회(소비자 대표 포함) 의견을 구해 정한다.
황 팀장은 "소비자 부담 능력과 원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한다. 병원이 홈페이지에 유형별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총액제 점수(건보 수가)의 배가 안 되면 허가받지 않아도 된다. 위생국이 정해준 가격은 상한선이다. 이보다 낮게 받아도 된다.
"한국에 비급여 항목 심사가 없다는 게 놀랍습니다. 한국의 건보 등재 절차가 어떠한가요?"
한국 비급여 체계 설명을 들은 황 팀장은 이렇게 반문했다.
심서빈 타이베이시중의사공회 부이사장은 "1,2,3차 의료기관 종류와 관계없이 비급여 치료를 하려면 반드시 위생국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국과 달리 대만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의사 통제가 강하다. 한국은 이런 다방면의 압박이 없는 것 같아서 부럽다"고 말했다.
양한추안 대만의원협회(우리의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를 합한 조직) 명예 이사장은 "대만 환자는 비급여 항목을 반대하지 않는다. 환자의 부담이 낮고 건보료가 싸서 만족도가 90% 이상으로 높다"고 말한다.
대만도 고민이 많다. 건보가 되는 진료비 통제가 심해 비급여로 벌충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대만 사립병원협회 리차드 우 비서장(이사장)은 "총액계약제를 도입한 지 20년 지났다. 이로 인해 순익이 15%에서 요새는 2%로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비급여를 만들려는 병원이 있다. 우리 장경병원처럼 관리가 잘 되는 5대 병원은 매출의 30%가 비급여에서 나온다. 관리가 잘 안 돼 40%에 이르는 데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백화점식 비급여'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우 비서장은 "1,2인실 병실료, 로봇수술, 항암제, 접수비 등 네 개 항목"이라고 말했다. 접수비는 병원에 접수할 때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으로 건보가 안 된다. 한화로 8000원이 상한이다.
다음은 우 비서장과 일문일답.
이익을 높이려 비급여 양을 늘리면 되지 않으냐.
우리 병원은 '다른 데보다 이익을 더 거두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리고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같은 약을 써도 대만 내에서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 위생복리부(복지부)도 압박한다.
비급여를 공개하나.
건보공단이 모든 의료기관의 약품과 기기를 공개한다.
비급여를 하기 전 환자에게 먼저 서명받나.
동의서에 환자 사인받는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다.
다른 대체 치료 수단을 설명하느냐.
극소수 비도덕적 의사가 아니면 비급여 항목을 유도하기 위해 비급여 효과를 설명하지 않는다.
비급여가 느나.
신약 출시 속도가 너무 빨라서 비급여가 빨리 늘어난다. 위생부에서 허가해주고 급여를 못 하고, 급여하더라도 속도가 느려서 비급여가 자동으로 늘 수밖에 없다.
비급여 코드를 정부가 정하나.
코드를 따로 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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