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사망설 등 각종 첩보 난무
친 우크라이나 NGO인 ‘블루/옐로’도 지난달 25일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 40명 중 한 명을 빼고 모두 전사했다"고 발표했고, 지난 3일에는 사망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 사진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텔레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는 북한군의 식량이라는 '누렁이 개고기'라고 적힌 통조림(북한에선 '단고기'로 표현), 북한군이라면서 중국어로 말하는 남성의 영상, 사제 복제품으로 보이는데도 북한군이 사용하는 장비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 등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한·미를 비롯한 서방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정보 '물량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해석한다. 유사입장국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첩보도 일단은 노출하는 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교전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강조해 전선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군 사기를 꺾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침묵…'신중 모드'
그러나 국정원은 최근 며칠 사이 쏟아지는 북한군 교전이나 사상자 발생 보도에 대해선 대부분 '언론 대응 지침'(PG·press guidance)도 내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군의 전선 배치까지는 공식 확인했지만, 교전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각) 미 고위 당국자가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언제 일어났는지 확실치 않지만, 상당한 수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면밀 크로스 체크…대응책 마련 부심
또 이를 사실로 공식화하는 순간 대응책도 함께 꺼내야 하는 정치적인 부담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되는 건 파병 국면에서도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상황 변경이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단계별 조치'는 '칼집' 안에 있을 때 더 큰 억지력을 갖는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의 정보전에 한국이 섣불리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젤렌스키 입장에선 미국과 나토를 제외하고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심리전을 펼쳐서 한국의 조기 지원을 유도하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너무 빨리, 너무 깊이 휘말리는 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북한군의 교전설이 사실이더라도 한국은 추가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에도 "교전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군의 교전 정보는 군사적으로 크게 의미가 없다"며 "만약 북한 폭풍군단이나 정찰총국 소속 정찰군이 러시아 특수부대와 함께 우크라이나 후방으로 침투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그때서야 그들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며 유의미한 군사적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