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지난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박진호 기자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버린 현역 군 장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6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7일 개최할 예정이다. 심의위원회는 경찰 등 수사기관과 외부 전문가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하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2차 피해를 우려해 피해자 유족에게 피의자 A씨(38)의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유족은 신상정보 공개에 동의했다고 한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지난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박진호 기자
경찰은 현재 A씨의 범행 동기를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수사팀에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합류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 암호를 찾아내 해제했다”며 “분석작업이 끝나면 명확한 범행 동기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0년 신상정보 공개 제도 도입 이후 군인 신분인 피의자가 신상공개 심의 대상이 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한다. 여기에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강원경찰이 맡은 사건 중에서도 신상이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강원경찰은 2020년 7월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피의자가 낸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신상을 공개하지 못했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지난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박진호 기자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과천시 부대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B씨(33)를 목 졸라 살해했다. B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A씨는 B씨 시신을 옷가지로 덮어뒀다가 퇴근 후인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훼손했다. 이어 다음날 오후 9시 40분쯤 자신이 10여년 전 근무했던 강원도 화천군으로 가서, 시신과 범행 도구를 북한강변에 버렸다.
A씨는 유기 당시 시신 봉투에 돌덩이를 함께 넣어 떠오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일주일만인 지난 2일 오후 2시 36분쯤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인근 북한강에서 시신 일부가 떠오르면서 검거됐다.
지문ㆍDNA 분석으로 B씨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분석해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지난 3일 오후 7시 12분쯤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