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둥구머리 마을 '유럽 쌈채소' 실험
노암4리 노인회장인 최영자(70)씨는 “오전 7시~8시까지 당일 납품할 채소를 수확하고, 경로당에 모여 포장 작업 후 배송한다”며 “스마트팜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83)씨는 “마을 이름을 걸고 채소를 판매한다고 해서 눈이 어둡지만 일손을 보태고 있다”며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손미자(64)씨는 “경로당 바로 앞에 하우스가 있다 보니 수확·포장 작업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증평 외곽의 산촌인 둥구머리에서 친환경 샐러드·쌈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한 건 2021년 10월 이 마을에 스마트팜을 만들면서다. 그해 채소 생산·판매를 위한 ‘둥구머리협동조합’도 설립했다. 협동조합 설립 초기 60~80대 주민 16명이 각각 50만~250만원 정도 출자했다. 몇 년 새 어르신 3명이 세상을 떠나면서 조합원은 13명으로 줄었다. 조합원 중에서 이사(4명)와 감사(1명)를 선출했다.
“눈 안 보여도 힘 보태니 좋아…스마트팜 덕에 활력”
2021년 마을 이장을 맡았던 손 대표는 고민 끝에 증평농업기술센터 ‘농촌 어르신 복지 실천 사업’에 공모해 5000만원을 지원받아 스마트팜 시설을 만들었다. 부지는 군 소유 땅을 임차했다. 충북 괴산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윤경륜 라이스밀 대표 조언으로 샐러드와 쌈으로 먹을 수 있는 유러피안 채소로 작목을 정했다.
손 대표는 “처음엔 스마트팜 운영이 서툴러서 물 온도를 맞추지 못하거나, 배관이 막히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샐러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샐러드 채소 생산 첫해 한 달 평균 500㎏을 수확했다. 매출은 2022년 2000만원, 2023년 6000만원 정도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 ‘마을 만들기 자율개발 사업’에 선정돼 마을 뒷 편에 새 스마트팜 시설(495㎡)을 구축하면서 한 달 생산량이 1500~2000㎏으로 늘었다.
샐러드 제품 출시…청주·증평에 배송 서비스도
둥구머리협동조합은 샐러드 채소 판매를 다변화하기 위해 조만간 정기 배달 서비스에 도전한다. 지역 퀵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고, 증평에 사는 아파트 단지 주민이 아침마다 샐러드 채소를 배달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굿파머 농산물 디저트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둥구머리 샐러드 브랜드 ‘꽃매밥상’을 출시, 증평·청주 지역에 배달한다. 꽃매밥상은 꽃을 든 할머니가 생산한 샐러드 채소란 뜻이다.
청주지역 채소·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는 상하목장 청주중앙대리점에서 맡았다. 우유나 유제품에 곁들일 수 있는 샐러드·도넛·즉석식품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다. 안기홍 굿파머 본부장은 “로컬 푸드 강점은 그날 생산한 농산물을 선도를 유지한 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유제품 업체 유통망을 활용하면 둥구머리 샐러드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