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시작하면 한 반에 3~5명씩 결석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 학생들이 더 안 나오죠.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대치동 학원으로 컨설팅이나 특강을 받으러 갑니다.
경기도의 한 특목고에서 수년간 고3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6일 “고3 교실에 2학기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준비하는 입시 전형이 제각각이다 보니 정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도 수업보다는 자습이나 학원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안 보고 논술학원 가도 되나요?”
수능 이후에 교실이 비는 건 대입 전형과 관련이 크다. 수시 전형에서는 학생의 내신 성적과 출결 상황이 고3 1학기까지만 반영된다. 정시에서도 대체로 고3 출결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할 동기가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의 한 고교 교장은 “2학기가 되면 고3 학생들은 수능 과목 수업만 들으려 한다”며 “다른 수업 시간엔 자습하거나 학교를 아예 결석하는 것에도 거부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학교 대신 학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후 바로 다음 주가 학교 기말고사인데, 이 시기에 오전 수업하는 논술 학원에 등록했다”며 “기말고사가 필수가 아니라면 (학원 수업을 듣고 싶은데) 등록을 취소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대입 논술을 가르치는 한 수학 강사는 “최대한 학교 일정을 피해 수업을 잡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학교에 안 가고 특강을 듣는 게 합리적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후 서울 고3 57%만 등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고3 10명 중 4명 이상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거나, 전체 학생이 수업 일수 10일 중 4일을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경쟁적인 입시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교사들의 출결 관리만으로는 교실 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 “등교가 원칙”…학년 말 프로그램 마련
학년 말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고3 학생들은 전세 사기예방 교육이나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지원, 대학 연계 탐방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 밖에도 수능 당일부터 연말까지를 ‘학생 안전 특별기간’으로 정하고, 청소년 유해 환경 점검과 생활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