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난 7일 마지막 회의(11차)를 열었지만, 중개수수료 관련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 했다. 지난 7월 출범 후 4개월가량 만에 특별한 성과 없이 협의체를 종료하게 된 것이다. 배달앱 측에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가 참석했는데, 점유율 1·2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쿠팡이츠가 논의의 중심에 섰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율은 모두 9.8%다. 이를 두고 입점업체 측(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연합회)은 “입점업체별 연매출에 따라 2~5%로 차등 인하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율을 2.0~7.8%로 내리는 한편 배달비용을 0~500원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상생방안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이러한 상생방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율을 2~9.5%로 내리면서 배달비용을 1900~2900원→2900원으로 단일화하겠다”는 등의 안을 제시했다.
공익위원(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 정유경 세종대 호텔관광대 교수) 측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제시안에 만족하지 않았다. “상생협의체의 출범 취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 한다”면서다. 특히 배달의민족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인하하겠다면서 배달비용을 상승시키겠다고 한 점, 상생방안의 시행에 타사의 상생방안 시행 여부를 조건으로 건 점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쿠팡이츠를 두고선 “수수료율 인하안 수준이 낮다"며 "중개수수료를 인하하겠다면서 배달비용을 상승시키겠다고 한 게 부족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공익위원 측은 “중개수수료 인하가 배달비용이나 광고비 등 다른 부담 항목으로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결국, 입점업체 측과 배달앱 측 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고, 두 배달앱들의 제안은 시행에 들어가지 않게 됐다.
일단 상생협의체는 실패로 끝났지만, 되살아나게 할 불씨가 남아 있다. 공익위원 측은 두 배달앱들에 마지막으로 요청을 했다. 배달의민족엔 “제시했던 방안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했다. 쿠팡이츠엔 “중재 원칙(중개수수료율 상한 6.8% 등)에 가까운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라”며 배민보다 더 강도 높게 압박을 했다. 시한은 두 배달앱 모두 오는 11일까지다.
만일 11일까지 배달의민족·쿠팡이츠가 반전 카드를 내놓지 않는다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국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상생협의체에서 합의가 의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지난달 21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개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중개수수료를 포함한 거래조건에 대해 입점업체 측과 협의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중개수수료율이 1~2%로 낮은 공공배달앱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배달앱 통합앱 구축을 추진하고 온누리상품권이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간 상시 소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