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중앙일보의『새우 대신 옛날 과자봉지 잡혔다…'쓰레기 천국' 한강 하구』 보도에 이어 그린피스도 최근 한강 하구 장항습지에 배달 쓰레기가 고여 있는 실태를 고발했다. 장항습지는 국제적으로 우수한 생태계를 인정받는 ‘람사르 습지’로 2006년 지정된 곳이다.
그린피스는 올해 동아시아의 홍콩, 대만, 서울의 주요 강 하구와 해안가 폐기물 조사 결과, 총 3만1250개의 쓰레기를 발견했고, 그중 91.1%인 2만8481개가 플라스틱 쓰레기였다고 밝혔다. 한강 하구 중에는 장항습지(7.49㎢)를 지난 8월 7일 드론으로 조사했는데, 발견 쓰레기(4006개)로, 이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는 3945개(98.5%)를 차지했다.
스티로폼 포장재 가득한 한강 하구
한강 하구 쓰레기의 특징은 배달 포장재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었다. 스티로폼 포장재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82.1%에 달했고, 플라스틱병(페트병 등)은 15.3%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나타냈다. 홍콩에서는 배달 포장 쓰레기 비중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15.7%고, 대만은 19.5%였다. 배달 쓰레기가 밀려온 탓에 철새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사이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말똥게가 스티로폼을 먹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고 한다.
그린피스는 장항습지 하구에서 발견된 스티로폼 배달 포장재가 신선식품 배달용 포장 상자나 수산물 상자를 포함한 생활 쓰레기로 추정했다. 플라스틱병은 대부분 생수나 페트병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조사된 605개의 플라스틱병 중 브랜드 식별이 가능한 33개 가운데는 롯데칠성과 코카콜라의 제품이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쓰레기는 주로 불법 투기 또는 폭우가 쏟아질 때 강물에 유입돼 강 하구에 축적되거나 바다로 빠져나간다. 장항습지처럼 하구에 쌓인 쓰레기는 풍화돼 미세플라스틱화되고, 쌓이지 않은 쓰레기는 해안가나 바다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기후로 하구 쓰레기 증가”
강 하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배달 포장재를 비롯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가 많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증가, 근절되지 않는 불법 투기 등이 꼽힌다.
김위상 국민의힘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하천ㆍ하구에 쌓인 쓰레기는 8만8564톤(t)으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강이 5811t으로 가장 많았다. 김 의원실은 한 해 강수량이 많을 때 하천과 하구 쓰레기 발생량도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1년 대비 강수량이 500㎖ 가량 많았던 지난해, 하천ㆍ하구의 쓰레기양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1년 강수량은 1244㎖, 쓰레기양은 4만4850t이었는데, 2023년에는 강수량 1746㎖, 쓰레기양 8만 8564t을 기록했다.
또 하구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관리 주체가 지자체(강) 혹은 해양수산부(바다) 사이에서 애매하고 관련 환경부 국비 예산도 줄고 있어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부의 하천 쓰레기 정화 예산은 2022년 147억원에서 올해 124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플라스틱 줄이고 하구 관리 강화해야”
환경단체는 이번 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최종 회의를 통해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량 감축을 위해 국제사회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연간 90.48㎏으로 OECD 회원국 중 2번째로 높다”며 “한국이 플라스틱 생산과 배달 쓰레기 사용량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