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트럼프 2기’를 현실로 만든 테크 거물로 꼽힌다. 틸은 J.D 밴스 상원의원의 멘토이자, 그를 부통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추천한 당사자기도 하다. 이런 그가 한국 반도체 업계와 10년 이상 맺어온 인연이 눈길을 끈다.
트럼프 조언자 피터 틸, 10년 전 한미반도체 투자
페이스북·링크드인·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틸은 여타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달리 반도체 기업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3년에는 한미반도체 곽동신 부회장을 직접 만났고 그해 370억원, 이후 2016년 375억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2013년 단행한 투자의 수익률이 좋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 그가 출자한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매니징파트너 이기두)는 이후 반도체 장비회사 HPSP와 서진시스템 등 한국의 B2B(기업간 거래) 기술 기업에 투자했다.
국방 AI 기업 창업, 미국 첨단 제조도 후원
그는 구글 CEO 출신인 에릭 슈밋과 함께 지난 2022년 ‘아메리카 프런티어 펀드’를 결성해 미국의 첨단 제조업 혁신 기업에 투자해 왔다. 에릭 슈미트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제조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과시키기 전부터 ‘미국 내 칩 제조’의 필요성을 막후에서 주장해 왔다.
틸은 지난 6월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에치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운데, 틸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바이든 규제에 실밸 ‘일편청(靑)심’ 흔들
디인포메이션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임명에서부터 실리콘밸리의 마음을 잃기 시작했다. 칸은 예일대 로스쿨 3학년 때 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 논문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바이든 대통령은 31세의 컬럼비아대 부교수인 칸을 FTC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임기 내내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같은 테크 기업의 M&A 시도에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패소했다. 선거 직전에는 리드 호프만 등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큰 손 후원자들이 “당선되면 칸 위원장을 교체하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바이든의 규제 공세로부터 미국을 해방시키겠다”, “선출되지 않은 워싱턴 인사가 공화국의 제 4부 역할을 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라며 당선되면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 집행 활동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