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찻길 빌려 쓰는 SRT, 잦은 고장에 “13억원 달라” 소송 결과는

SRT고속열차와 KTX고속열차가 나란히 출발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SRT고속열차와 KTX고속열차가 나란히 출발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국가철도공단의 기찻길을 빌려 쓰는 SRT 운영사가 “선로 유지·보수가 미흡해 발생한 사고로 쓰게 된 비용을 상환해달라”며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항소심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이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낸 13억원의 비용상환청구소송에서 1심에 이어 SR 승소 판결을 내렸다.

 
SR은 2016년 12월부터 SRT 운영을 시작했다. SR은 철도시설공단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고속철도 선로를 빌려 함께 쓰는 대신, 전체 운영수익의 약 50%를 이용료로 지급하는 기반시설 사용계약을 맺었다. 지난 2020년 선지급하기로 한 사용료만 해도 약 3193억원 규모다. 

기찻길 빌리는데 운영수익 절반 내는데… 선로 이상 6년간 54건

SR 측은 개통 후 선로 고장으로 지연 운행 등 운행사고가 잦다는 점을 강조했다. SRT는 2016년 12월 9일 공식 개통한 뒤 불과 열흘만인 12월 19일 선로전환기 장애로 운행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2017년 14건, 2018년 7건 등 2023년 1분기까지 총 약 6년간 54건의 선로 이상으로 인해 운행사고가 났다. 신호장애‧궤도장애‧선로전환기 장애‧전차선 단전 등 다양한 이유였다. 2017년 9월엔 멧돼지가 SRT에 충돌해 열차가 약 1시간 30분간 지연됐던 ‘안전울타리 관리 소홀로 야생동물 침입’ 사고도 있었다.

열차가 지연 운행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물론 이후 지연되는 열차 승객들에게 열차표 환불, 지연할인증 지급은 물론, 승객들의 교통비 지원 등 비용이 소요된다. 이밖에 회사 차원에서도 영업손실, 야간·휴일 근무 직원 추가 인건비 등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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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SR은 계약서 중 ‘철도사고 등으로 인한 운영상의 영업손실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국가철도공단에 “약 10억 8000만원을 달라”며 2020년 12월 소송을 냈다. 2020년 7월까지 발생한 30건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에 이자를 합한 금액이다. 철도공단은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에게 위탁했으니, 코레일에서 돈을 물어줘야한다’고 항변했다. 철도공단은 실제로 코레일에 유지·보수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철도공단에 상환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SR이 선로 이용료를 낸 상대방이 철도공단인 만큼, 코레일에 유지보수를 위탁했더라도 철도공단 측이 상환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다.

철도공단이 항소해 진행된 2심에선 상환액이 더 늘었다. SR 측이 “2023년 2월까지 총 54건의 사고에 대해 약 13억 3100만원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달라”며 최근 사고로 인한 피해액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 1일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같은 취지로 철도공단이 해당 금액 대부분을 상환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