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는 성과에 방점을 찍는다. 대통령실은 “정상 외교로 임기 전반기 총 929억 달러, 총 122조원 규모 경제성과를 달성했다”며 “여소야대 정치권의 압박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했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도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국정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한 연장선에서다.
지난해 연간 7.5% 감소한 수출도 올해 들어선 기지개를 켰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플러스다. 올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경상수지도 9월까지 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일자리 상황판도 9월 기준 역대 최고 고용률(63.3%), 최저 실업률(2.1%)을 기록하는 등 호조세다.
그런데도 살림살이가 팍팍한 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내수(국내 소비)가 얼어붙어서다. 내수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는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부터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1995년 1분기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올해 2분기 소득에서 지출을 뺀 가계부가 마이너스인 ‘적자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23.9%)이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가구 월평균 흑자액(실질)은 1년 전보다 1.7% 줄었다. 2022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감소세다. 화려한 물가·수출·고용 실적의 온기가 좀처럼 내수로 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적표로 치면 ‘총평’ 격인 경제성장률엔 진즉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올해는 비교 대상인 지난해가 ‘성장률 쇼크(충격)’에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해도 신통찮다. 2분기 0.2% 역성장한 데 이어 3분기 0.1% 성장하는 데 그쳐 우려를 키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2.6%)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임기 후반 마주한 내·외부 여건이 ‘흐림’이란 점이다. ‘관세 장벽’을 대표 경제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등판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로 버텨 온 한국에 악재다. 2년 연속 이어진 대규모 세수(국세 수입) 결손으로 재정 지출을 통한 내수 부양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등장에 따른 외교·안보와 산업 분야별 득실을 면밀히 따져 수출 피해부터 최소화해야 실점을 줄일 수 있다”며 “자영업자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하는 한편, 부동산에 묶인 가계 자금을 소비로 돌릴 수 있도록 유도해 내수 득점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