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인 특감 임명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지난 1월부터 김 여사 문제 해법으로 검토해온 방안이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은 특감 추천을 야당이 거부해 온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 왔는데, 그와 상관없이 특감 추천 절차에 착수하자는 게 한 대표 구상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담에서 이런 의견을 전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엔 한 대표가 특감 추천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하자, 곧바로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 부분은 원내 사안”이라고 반박한 일도 있었다.
여권 내 엇갈린 입장차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거치며 해소됐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국회에서 (특감) 추천이 오면 대통령이 임명 안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며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함께) 임명하느냐 마느냐는 어쨌든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정한 방향을 잡아서 후보 추천을 하면 그중의 한 사람을 제가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에 대해 “특감에 대한 조건 없는 수용”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도 “윤 대통령께서 한 대표의 제안을 사실상 수락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특감 임명까지는 거쳐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우선 14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특감 임명 자체엔 이견이 없었으나, 이를 우리가 먼저 요구하는 모양새가 맞느냐, 협상 카드로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방법론상의 의견 수렴은 더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입장이 정리된 뒤에는 170석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감이 지금까지 불거진 김 여사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보느냐”라고 반문하며 “지금 의혹을 밝히기 위해선 특검 수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힌다면, 특감은 이후 협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런 난관을 거쳐 여야가 특감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이석수 초대 특감이 2016년 9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이후 8년 넘게 특감은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우선이란 이유로 특감 추천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