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주포로 활약하고 있는 빅토리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호통으로 유명한 천하의 김호철 감독도 미소짓게 만든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빅토리아 댄착(24·등록명 빅토리아)이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1라운드를 4승 2패(승점 10)로 마쳤다. 올 시즌 3강으로 꼽히는 흥국생명, 현대건설, 정관장과 함께 상위권을 이뤘다. 아포짓 스파이커 빅토리아가 있기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빅토리아는 6경기에서 185점을 올리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팀내 득점 2위 육서영(64점), 3위 황민경(55점), 4위 이주아(46점)의 득점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빠른 스윙에서 나오는 시원한 스파이크가 일품이다. 강하진 않지만 까다로운 플로터 서브(2위)도 수준급이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주포로 활약하고 있는 빅토리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현재 추세라면 빅토리아는 1110점을 올릴 수 있다. 2011~12시즌 KT&G(현 정관장) 아델라이네 몬타뇨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기록(1075점)을 뛰어넘는다. 개막 전 전지훈련에서 "근성과 집념이 강한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빅토리아는 꿋꿋하다. 실수가 나와도 힘들어하지 않고 웃으면서 동료들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한다. 공격이 실패해도 다시 뛰어오르는 투지와 패기도 있다. 빅토리아는 "내 역할을 잘 알고 있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IBK기업은행 빅토리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사실 지난 5월 진행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빅토리아는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은 우크라이나 국가대표로 뛰던 빅토리아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1m91㎝의 작지 않은 키에서 빠른 팔 스윙을 살린 스파이크를 날렸다. 확률 추첨에서 4순위로 밀리긴 했지만, 빅토리아를 뽑은 뒤 만족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빅토리아는 앞 순번으로 뽑힌 선수들보다 더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문화와 팀 분위기에도 빠르게 녹아든 빅토리아는 "K팝을 좋아한다"고 했다. 팀원들은 빅토리아를 '비키'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영어이름이 '비키'인 아이돌 아이브 멤버 장원영 특유의 긍정적 사고방식에서 생긴 '럭키비키'도 빅토리아의 별명이 됐다. 빅토리아는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고 웃었다.
세터 천신통(왼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IBK기업은행 빅토리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세터 천신통과의 호흡도 무난하다. 둘은 코트 안팎에서 자주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 빅토리아는 "경기 중 의사소통은 영어로 한다. 통역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빅토리아는 해외 리그에서 뛰는 게 처음이다. 그래서 가족과의 만남을 애타게 기다렸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중이긴 하지만, 어머니와 남동생이 이번 달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사관 방문을 통한 비자 발급 문제가 여의치 않으면서 미뤄졌다. 항상 밝은 빅토리아의 표정도 어머니 얘기가 나왔을 땐 어두웠다. 빅토리아는 "정말 안타깝다. 대신에 내년 1월쯤 영국에 계신 아버지가 먼저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