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 편 군대 반대, 교정시설 보내달라" 소송 낸 30대 패소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 대체역 편입 신청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 대체역 편입 신청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를 편드는 군대에 반대한다”며 교정시설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A씨가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처음 받은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2급 판정을 받고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분류됐지만 학업 등을 이유로 징집을 연기해왔다. 2016년엔 공군 모집병에 지원해 합격했으나 입영하지 않아 취소된 적이 있고, 이후에도 계속 입대를 미뤘다. 2020년 10월 현역병 입영통지를 받자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에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가의 폭력기구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병무청은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A씨 주장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 군대와 교정시설 모두 ‘국가의 폭력기구’라고 하면서 교정시설에서 복무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모순되며, 대체역 복무에 대한 진지한 의지도 미흡하다고도 했다. 병무청은 이에 A씨에게 2021년 7월 현역병 입영통지를 했지만 A씨가 입대하지 않자, 병역법 위반으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A씨도 병무청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法 “양심 아닌 사상실현 목적 병역거부, 신념 진실성도 의문”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 19조가 보호하는 ‘양심의 자유’라기보단 자신의 사상과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판단에는 “폭력은 상대적인 개념이고, 폭력에 대한 저항을 폭력으로 보지 않는다. 평화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하다면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나의 당연하고 합리적인 이익을 쟁취해내는 것이 평화” 등 A씨의 의견이 근거가 됐다. A씨의 폭력에 대한 인식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병역을 거부할만큼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사상실현의 자유까지 국방의 의무보다 더 앞서 보호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해 5월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자본주의 사회’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를 구분지어 생각하는 원고의 견해는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며 “군대에는 엄격하게 비판적인 관점으로 거부하면서, 교정시설은 너그러운 관점으로 수용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의 폭력에 가담할 수 없다’는 원고의 신념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