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의원 244명을 대상으로 비대위원장 온라인 투표를 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2·3위 동률이면 3위까지)가 곧바로 결선 투표를 치러 당선자를 가린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취임한 임 전 회장이 지난 10일 탄핵당하고 의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치러진다.
후보자 4명 모두 전날 후보자 설명회에서 전공의·의대생들과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을 공개 추천하고 나서면서 ‘의협과 전공의와의 소통’ 측면에선 박 교수가 이번 선거의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협 비대위원장 후보자 4명…“전공의 의견 최우선”
박형욱 후보는 13일 통화에서 “전공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과 사실 거리를 두고 소외되어 온 측면이 있다”면서 “비대위는 전공의·의대생들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의사만으로 모든 사안을 결정할 수 없겠지만 의정갈등 국면에서 가장 희생된 직역은 전공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협 내부에선 박 비대위원장의 박 교수 추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료계 안엔 여러 직역이 있는데, 전공의 한 사람의 목소리에 의협이 크게 흔들린다는 지적 때문이다. 결국 대의원회 의장단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차후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는 경고문을 보냈다.
황규석 후보(서울시의사회장)는 통화에서 박 교수에 대한 전공의 지지가 “전공의 전체 의사는 아닐 것”이라면서 “단일한 의료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면 전공의·의대생 대표, 의협 대의원회 대표 등을 뽑아 의료계의 하나 된 목소리를 만들어 정부와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비대위원장이 되면 가장 먼저 용산을 찾아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전날 후보자 설명회에서 “12월 말 정시 전 마지막 기차가 남아있다”며 정시 시작 전에 의대 선발 인원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선발하지 않고 정시 추가합격을 제한하는 방식 등 의사 단체들이 제안하고 있는 요구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미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동욱 후보(경기도의사회장)는 대정부 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10개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의료계 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 104일째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경기도의사회는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 현수막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주신구 후보(대한병원의사협회장)는 지난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사집단의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협의체엔 의사 중 대한의학회와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주 후보는 “여야의정 협의체, 야당이 참여 안 한 여의정 협의체에 들어간 의료계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택 의협 전 회장 “박단 그간 행태 밝힐 것”…의료계 내분 조짐
이처럼 의협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대정부 강경투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탄핵당한 임현택 전 회장이 자숙의 의미로 자진 폐쇄한 소셜미디어(SNS)를 전날부터 재개하면서 의료계 내분도 감지된다. 그가 첫 번째로 올린 글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박 비대위원장의 그간 행태를 상세히 밝히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의협 비대위원장과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건 본인이 누누이 얘기해왔던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까지 분명히 달성해야 할 것"이라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