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에 대해 13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한 우파 유튜버의 의혹 제기가 수사로 이어지면서 여권 전체가 어수선해진 분위기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10 총선 이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당에 끼치는 해악이 크다”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놓아야” 같은 비방글이 여럿 올라왔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거친 이들만 이용할 수 있고, 작성자명 역시 ‘김**’ 같은 식으로 성(姓)만 노출된다. 그러나 지난 5일쯤 전산 오류로 성명으로 검색하면 게시글을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상황이 잠시 벌어졌다. 오류가 수정되는 동안 한 우파 유튜버는 “한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작성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가 “당원 중 한 대표와 동명이인이 있고, 한 대표와 생년이 같은 ‘1973년생 한동훈’이 쓴 글은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며,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해묵은 앙금이 사건을 다시 키웠다. 비한계 인사들은 13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더러운 형태의 당내 분란이다”(김재원 최고위원) “한 대표에 대해 욕설했다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을까”(권성동 의원)라며 당 지도부를 향해 당무 감사 등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앞서 김미애 의원도 1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당무감사를 요구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관련 의혹을 퍼트린 유튜버 등을 향한 법적 조치에 돌입했다.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은 13일 공지를 통해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시정하지 않을 시 허위 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며 “(그밖에) 법적 조치 대상자를 선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법 제24조에는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어떤 경우도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여당의 ‘원팀’ 분위기가 무르익던 상황에서 불거진 사건에 친한계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수위를 넘는 비방글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당원 게시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그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걸로 다툴 때인지 한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