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갈림길에서 입 다문 명태균
창원지검 청사에서 대기하다 법원으로 출석하던 명씨는 취재진이 ‘어떤 부분 위주로 소명할 것인지’, ‘김건희 여사한테 받은 돈봉투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김 전 의원과 이준석 당시 당대표에게 공천을 부탁한 게 맞는지’ 등을 묻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명씨는 대선(2022년 3월) 때 윤 대통령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를 진행, 그 비용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단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명씨는 지난 재·보궐선거(2022년 6월) 공천 대가로 김 전 의원한테 세비 등 762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 김 전 의원 등과 공모해 지난 지방선거(2022년 6월)에 출마한 대구시의원·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 2명한테 공천을 미끼로 1억2000만원씩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을 수 없다.
명씨 “빌린 돈 받았을 뿐…무릎 안 좋아”
이와 함께 변호인은 명씨가 구속 요건인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명씨가 지난 3월 양쪽 무릎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진행,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어서 도망은커녕 걷기조차 힘든 상태라고 했다. 과거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를 폐기한 것도 낡아서 보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휴대전화에 과거 휴대전화 속 자료도 상당수 옮겼고, 그 자료는 이미 검찰이 압수했다고 했다.
김영선 “칼이 내 칼이라고 내가 찌른 거냐”
그러면서 “칼이 제 칼이라고 해서 그게 제가 찌른 것이 되느냐”고도 말했다.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7)씨가 세비의 절반을 명씨에게 전달했을 뿐 ‘자신이 준 돈이 아니다’라는 취지다. 실제 김 전 의원은 강씨를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공천을 바라고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예비후보 이씨와 배씨도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둘은 별다른 말 없이 법원에 들어갔고, 이씨는 외투를 머리에 두르고 급히 법원을 향해 뛰어가기도 했다.
휴대전화 폐기에 잠적까지…구속 여부 늦게 결정될 듯
명씨는 과거 휴대전화 3대 등을 처남에게 폐기하라고 요청, 증거 인멸 교사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의원도 지난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자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를 모두 바꿨다. 게다가 압수수색 등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자, 김 전 의원은 가족과 변호인 등과 연락을 끊고 한동안 잠적했던 적도 있었다.
명씨 등 4명은 영장심사를 마치면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창원지법에서 23㎞(자동차로 30분 거리) 떨어진 창원교도소 내 구치소에서 대기한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명씨 등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이날 오후 8~9시쯤, 늦으면 자정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일로 넘어가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