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재판 1심 선고 전날인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 출석 외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 대표는 내일 서울중앙지법 선고 공판에 직접 참석한다. 법원 입장 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의 판단을 먼저 받은 뒤, 현장에 모인 지지자와 당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신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며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고 적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이 대표 주장을 경쟁적으로 동조하고 엄호했다. 당 원내수석인 박성준 의원은 “2년 반 동안 수백 번의 압수수색을 통해 이 대표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들이 검찰에서 이뤄졌다”며 “(어떤 판결이 나와도) 이재명 대표의 지도 체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SBS 라디오와 인터뷰했다. 고민정 의원도 “만에 하나 유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당이 크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있다”며 “무죄에 대한 확신들이 많이 강해진 상황”이라고 MBC 라디오에서 주장했다.
“지금은 설사 유죄가 내려진다고 해서 민주당의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우상호 전 의원)이라는 게 야권의 지배적 기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당내에서는 이튿날 이 대표의 법정 출두를 누가, 몇 명이나 수행할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한 분위기였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당에서 (선고를 앞두고) 동원령, 소집령을 내린 바가 없다”면서도 “자발적 방문은 있을 거다. 주요 지도부와 꽤 많은 분들이 오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일단은 박찬대 원내대표, 이해식 비서실장 정도가 함께 입장할 것 같은데 아직 대표가 구체적으로 정한 바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일찍부터 단일 대오로 이 대표의 결백을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내 율사 출신들이 경쟁적으로 나서 이 대표를 비호하려는 장면도 여럿이었다. 지난 9월 검사 출신 박균택·이성윤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은 검찰독재대책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이달 5일에는 비슷한 성격의 사법정의특위(위원장 전현희 의원)가 또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야권에서 활동해 온 변호사는 “이른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인’들이 지난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입성하지 않았나”라며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어떻게든 역할을 해야 앞으로의 당내 입지도 굳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는 회의를 앞둔 민주당 의원들이 돌아가며 이 대표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박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김윤덕 사무총장 등 지도부 외에도 당 집권플랜본부 수석부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 국회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 등이 잇따라 이 대표를 찾아가 대화했다. 이 대표는 본회의 후 당원들에게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 16일 오후 4시30분 광화문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보여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명계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세 결집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법원 선고 들으러 가는 길이 대선 출정식처럼 보여서야 되겠느냐”며 “중도층 민심에는 결코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권 내 친명(친이재명) 최대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가 소속 상임위원들에게 “버스, 비행기 이동 비용은 중앙차원에서 보장하겠다”고 공지한 걸 두고 “말 그대로 집단행동을 강요하고 있다. 법원 출석을 하나의 정치 이벤트로 만들려는 심산이자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