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관심을 끈 분당 신도시에서는 수내동 양지마을(금호·청구 등), 서현동 시범단지 2구역(우성·현대 등), 분당동 샛별마을(동성·라이프 등) 주요 대단지가 선정됐다. 공모 결과 발표 이전부터 분당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들 단지의 선도지구 선정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분당은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묶인 통합 재건축 단지 67곳 가운데 47곳이 신청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분당은 기준 물량 8000가구에 최대 1만2000가구를 선정할 예정이었는데, 3개 구역 1만948가구가 최종 낙점됐다. 목련마을 대원빌라 등 연립주택(1107가구)을 별도물량으로 지정해 선도지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분당에서 선도지구로 지정된 3개 구역 중 2∼3위는 점수가 같고, 4등은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을 정도였다. 성남시 관계자는 “동의율 외 공공기여 등 다른 평가 항목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며 “신청서에 첨부돼야 할 신분증, 자필 서명이 일부 누락된 곳도 있었는데, 이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재명 소유’ 양지마을...분당 최고가 아파트
양지마을은 수인분당선 수내역세권으로 5개 개별단지, 4392가구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다. 분당신도시 내에서는 학군·교통·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아파트값을 선도하는 단지로 통한다. 양지마을1단지 금호 전용 84㎡는 지난 8월 역대 최고가인 17억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분당 재건축 대상 단지 중 동일 면적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다.
서현동 시범단지는 당초 삼성한신·한양·현대·우성 등 4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2개 구역으로 나눠 선도지구 공모에 참여했다. 이번에 선정된 단지는 3569가구 규모의 2구역(우성·현대)인데, 144가구인 소규모 단지 분당동 장안타운3차건영을 포함했다.
우방·라이프·삼부·동성·현대빌라 등 2843가구의 샛별마을은 역세권이 아닌 데다 가구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주민동의율 95%를 달성하는 등 주민들의 재건축 의지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샛별마을은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공공기여 추가 제공(6점), 장수명 주택 인증(3점), 이주대책 지원(2점) 등 가점 항목을 대거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선도지구 선정 지역이 공교롭게도 분당중앙공원 주변의 수내·서현·분당동 대단지에 쏠렸다. 벌써 분당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특정 지역에 유리한 심사가 이뤄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선도지구 선정 전부터 이런 논란이 있었다. 배점이 가장 큰 주민동의율(100점 중 60점) 산정에 있어 아파트와 토지를 공유하는 상가 소유주의 동의 여부를 제외해서다. 평촌·중동·일산·산본 등 다른 1기 신도시가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가도 주민동의율 산정에 포함하기로 한 것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상가가 많은 대단지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주장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평가 기준(배점)에 따라 심사를 한 결과인데 특정 지역에 몰린 지자체가 나왔다”며 “선도지구 탈락단지들은 공모 절차가 아닌 순환 정비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은 '가구당 주차대수'가 당락 갈라
다른 1기 신도시 역시 주민동의율 등 재건축에 대한 주민 참여가 높은 대단지가 예상대로 선정됐다. 다만 국토부는 정확한 배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안양시(평촌) 관계자는 “주민 동의율(60점)이 가장 배점이 높았기 때문에 동의율에 따라 순위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부천시(중동) 관계자는 “배점이 높은 단지들의 주민동의율(70점)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며 “결정적으로 가구 수(10점)와 가구당 주차 대수(7점) 등에서 판가름이 났다”고 덧붙였다. 주무 부서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군포아파트도 선도지구에 포함됐다. 박 장관은 경기 군포시 산본동의 한양백두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선도지구 선정은 마무리됐지만, 정부가 제시한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목표를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선도지구 선정 단지들은 내년 상반기 내 정비계획안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정비계획안에는 재건축 후 가구 수, 일반분양 물량 등이 포함되는데 사업성을 나타내는 비례율·분담금 등 추정치도 산출이 가능하다.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올 경우 주민 동의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즉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라며 “사업 추진 속도가 부촌 중심으로 두드러지며, 1기 신도시 내에서도 지역적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2개 이상 단지가 통합해 추진하기 때문에 통합단지 간 지분 조정, 상가 소유주의 동의 등의 과정에서 내부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지마다 평수에 따라 지분 관계가 다르고, 도로 가까이 있는 동과 아닌 동의 감정평가액도 달라질 수 있어 통합재건축 참여 단지들이 분쟁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업성 논란 이어질 듯...분당은 '승자의 저주' 우려도
실제 분당의 한 재건축추진위원장은 “가점 항목을 추가해 자체 분석한 결과 분담금이 84㎡ 기준 가구당 최소 1억원 추가되고 착공 땐 더 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탈락단지의 한 주민은 “우리 단지는 사업성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선도지구로 재건축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가점 항목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도지구 재건축 일정을 미리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오히려 칼자루는 선도지구가 쥐게 된 격”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이들이 요구 관철을 위해 단체 행동 등에 나설 경우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 선도지구 단지 주민들은 특별정비구역 지정 전까지 사업성 확대 방안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방안으로는 분담금 등을 최소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선도지구 지정 전부터 기준용적률을 높여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용적률이 낮아 '추가분담금 폭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재정비 기준 용적률(아파트 기준)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 330% ▶산본 330% ▶중동 350%다.
재건축 기대감이 확산하며 선도지구 선정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주가 예상되는 시점에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해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까지 오르면 실수요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