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계청의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9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1%(1884명) 증가한 2만590명을 기록했다. 동월 기준 2010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월별 출생아 수가 2만명을 넘은 건 지난 7월(2만601명)과 8월(2만98명)에 이어 석 달째다.
3분기 출생아 수는 6만128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523명) 증가했다. 2012년 4분기(5102명)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앞서 2분기(4~6월) 출생아 수도 5만683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91명) 늘었다. 2개 분기 연속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은 2015년 1~2분기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 수가 늘면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05명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2015년 4분기(1년 전보다 0.02명 증가) 이후 약 9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를 의미한다.
아기 울음소리가 커진 배경으로는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격인 혼인건수가 2022년 하반기 이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절정이었던 2020~2021년 급격히 감소했던 혼인건수는 엔데믹 이후인 2022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다. 통상 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출산율 증가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에코붐 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 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인 30대로 진입하면서 출산율을 끌어올린 부분도 있다. 실제 지난 3분기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을 보면 25~29세는 0.4명 감소한 반면 30~34세는 6.6명 증가하며 합계출산율 상승을 견인했다.
지금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지는 참사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까지 누적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통계청이 지난해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추산한 올해 합계출산율(0.68명)을 웃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이 예상보다 다소 빨리 증가하면서 추계 시점보다 출산율이 빨리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지금 수준이 4분기까지 유지되면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간 합계출산율이 2015년 이후 9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올해 합계 출산율 전망치를 0.74명으로 내다봤다. 0.74명은 통계청의 올해 출산율 예측치인 0.68명이나 지난해 출산율 0.72명보다 높은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합계 출산율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반등이 예상된다"며 저출산위와 동일한 예측치(0.74명)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 결혼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향후 출생아 수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혼인 건수는 5만1706건으로 1년 전보다 24.0%(1만3건)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팬데믹으로 지연됐던 혼인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가 정부의 결혼·출산 지원 정책도 일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풀이다.
다만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출생아 수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올라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출산율이 워낙 낮은 수준이라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이 꾸준히 지속되지 않으면 다시 답보 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