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올해는 임원 승진의 문이 크게 좁아졌다. LG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승진 임원 수가 전년보다 13% 줄어든 121명이다. GS그룹도 지난해보다 승진자가 16% 줄어 42명에 불과하다. 올해 고강도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SK그룹은 승진 문턱을 넘기가더 빡빡하다. 지난달 말 먼저 인사를 낸 SK이노베이션과 7개 계열사의 신규 임원 수는 3명으로 지난해(9명)보다 크게 줄었다. 롯데그룹도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퇴임하고 신규 임원 수를 줄여 지난해보다 임원 규모가 13%가량 줄었다.
기업들은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 감소뿐 아니라 사내 빠른 의사소통 효과를 기대한다. 조직이 잘게 쪼개 있고, 직급 체제가 복잡할수록 의사결정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트럼프 2.0 시대에, 국내 주력 제조업들이 비실대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신속한 위기 대응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혁신의 키를 외부 출신 전문가에게 맡기는 데 적극적이었지만, 올해는 외부에서 스타 경영자를 영입하는 시도도 드물다. 현대차가 외국인 CEO(호세 무뇨스)를 처음 선임해 파격을 시도했지만, 이미 5년간 현대차의 핵심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CEO 1명이 여러 직위를 겸하는 사례도 늘었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맡으면서 메모리 사업부장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직한다. 역량이 검증된 인물에게 주력사업과 미래기술개발까지 모두 맡겨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