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절반 “내년 긴축경영”…대기업 전망이 더 어둡다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국내 기업 중 절반은 내년에 긴축 경영을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경총이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7%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했고 이 중 49.7%는 내년 경영계획 기조를 ‘긴축 경영’이라고 답했다. 내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현상 유지’와 ‘확대 경영’을 택한 비율은 각각 28.0%, 22.3%였다.  

기업들이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2018년 조사(50.3%) 이후 가장 높았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긴축 경영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묻자 ‘전사적 원가절감’이 66.7%로 가장 많았고, ‘인력 운용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순으로 답이 나왔다.

긴축 경영을 택한 비율은 300인 이상 규모 기업(61.0%)이 300인 미만 규모 기업(45.7%)보다 15.3%포인트나 높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현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300인 이상 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은 2015년 조사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내년 투자계획을 묻는 말엔 39.5%의 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수준으로 투자’(35.0%,), ‘투자 확대’(25.5%)가 뒤를 이었다. 투자를 축소한다는 응답 비율도 300인 이상 기업(58.5%)이 300인 미만 기업(32.8%)보다 25.7%포인트 높았다. 내년 채용계획은 ‘올해 수준’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채용 축소’는 36.9%, ‘채용 확대’는 18.4%였다.  


경총은 “긴축경영 기조, 투자 축소, 채용 축소 모두 대기업(300인 이상)이 중소기업(300인 미만)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최근 어려운 경제환경에 대해 대기업이 매우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82%,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경제 영향, 부정적”

경총은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물었다. 응답 기업의 82.0%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對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한·미 협력 강화 등으로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응답은 7.5%에 그쳤다.

기업들이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1.9%로 집계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1.9%,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는 2.0%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본격 시작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 중 59.8%가 ‘2026년 이후’라고 답했다. ‘2025년 하반기’라고 답한 비율은 28.0%였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높아졌다”며 “내년도 경기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