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출 1.4% 증가…14개월 연속 증가에도 전망은 '먹구름'

29일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29일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한국 수출이 반도체 돛을 달고, 14개월 연속 플러스(증가)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넉 달 연속 둔화하는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관세' 정책을 예고해 수출 항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3억5000만 달러(약 78조69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4% 늘었다.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이자, 지난해 10월부터 14개월 연속 플러스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안심하긴 이르다. 수출 증가율은 4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 폭(1.4%)은 지난 14개월 중 가장 낮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올 7월 13.5%를 기록한 이후 8월 10.9%, 9월 7.1%, 10월 4.6%, 11월 1.4% 등으로 줄고 있다.

수출 '효자 품목'은 여전히 반도체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30.8%(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12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11월 중 최대 규모다. 컴퓨터 수출(13억5000만 달러)도  1년 전보다 122.3%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서버, 기업용 SSD 등 고용량·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면서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선박(70.8%), 바이오헬스(19.6%), 철강(1.3%)도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 성과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은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일제히 감소하면서다. 자동차는 13.6% 줄어든 56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의 파업과 임금·단체협상 지연 등으로 지난달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또 지난달 마지막 주 기상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도 일부 지연됐다. 석유화학(-5.6%), 석유제품(-18.7%), 2차전지(-26.3%), 디스플레이(-22%), 일반기계(-18.9%) 등도 함께 줄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주력 수출 시장인 중국(-0.6%·112억8000만 달러)과 미국(-5.1%·103억9000만 달러)에서 모두 감소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9개월 만에,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 수출 둔화로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입은 2.4% 감소한 507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56억1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가스 수입이 6.3% 증가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입이 16.8%나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보였다.

다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부턴 한국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10~20%의 보편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93억 달러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재화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1.5%로 1.4%포인트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트럼프 당선 이후 커진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부 반영해 수출 증가율이 예상보다 상당 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내년에도 반도체가 수출 실적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둔화세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며 “내년 수출 증가율은 1% 내외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