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3억5000만 달러(약 78조69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4% 늘었다.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이자, 지난해 10월부터 14개월 연속 플러스다.
수출 '효자 품목'은 여전히 반도체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30.8%(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12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11월 중 최대 규모다. 컴퓨터 수출(13억5000만 달러)도 1년 전보다 122.3%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서버, 기업용 SSD 등 고용량·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면서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선박(70.8%), 바이오헬스(19.6%), 철강(1.3%)도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 성과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은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일제히 감소하면서다. 자동차는 13.6% 줄어든 56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의 파업과 임금·단체협상 지연 등으로 지난달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또 지난달 마지막 주 기상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도 일부 지연됐다. 석유화학(-5.6%), 석유제품(-18.7%), 2차전지(-26.3%), 디스플레이(-22%), 일반기계(-18.9%) 등도 함께 줄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주력 수출 시장인 중국(-0.6%·112억8000만 달러)과 미국(-5.1%·103억9000만 달러)에서 모두 감소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9개월 만에,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 수출 둔화로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입은 2.4% 감소한 507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56억1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가스 수입이 6.3% 증가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입이 16.8%나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보였다.
다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부턴 한국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10~20%의 보편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93억 달러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재화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1.5%로 1.4%포인트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트럼프 당선 이후 커진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부 반영해 수출 증가율이 예상보다 상당 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내년에도 반도체가 수출 실적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둔화세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며 “내년 수출 증가율은 1% 내외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